4월 이상기후… 개구리 산란 늦고, 먹이 못 구한 산양은 탈진

올봄 '이상 기상(氣象)' 현상으로 전국 생태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달 초 자연 생태(生態) 조사를 위해 경남 산청군 일대의 논과 개울을 찾은 한국양서·파충류생태연구소 심재한 소장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해마다 2~3월이면 논 등지에 알을 낳아온 토종 개구리가 4월인데도 산란(産卵)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재한 소장은 "수질 오염 사고로 산란한 알이 죽었나 싶어 조사지점 반경 500m 일대를 샅샅이 훑었지만 오염을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최근 이 일대 날씨가 예년보다 추워 개구리들이 알 낳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영동지방 일대에서는 1983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많은 '4월 폭설'이 내리면서 설악산에 서식하는 1급 멸종위기종인 산양(山羊)이 먹이를 못 구해 탈진하는 경우가 잇따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 3일 속초 등지에 내린 적설량 7㎝가량의 폭설로 산속에 고립된 3살 안팎의 어린 산양 네 마리가 탈진한 채로 지난 4일과 6일 각각 발견됐다"면서 "산양에게 영양제 주사를 놓는 등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다시 방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눈 속을 헤집고 다니는 고라니나 노루와 달리, 산양은 많은 눈이 내리면 바위 밑 등지에 숨어 있으면서 이동하지 않기 때문에 겨울철에 굶어 탈진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이처럼 '4월 폭설'로 조난당한 산양이 구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관리공단 관계자는 전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4월 초순의 날씨는 이상 기상 현상이 뚜렷했다. 태풍을 방불케 하는 초속 20~30m의 강한 바람이 지난 3일 불어닥친 이후 2~3일 간격으로 전국에 강풍이 수시로 불어닥쳤다. 서울의 경우, 지난 3일과 6일 '최대 순간 풍속'(순간적으로 획 불어닥치는 바람의 속도)이 각각 초속 19m, 20m를 기록해 최근 30년(1983~2012년)간 4월 초순에 분 강풍 순위 1~2위를 경신했다.

봄철 못자리 파종(播種) 등 농작물 피해를 일으키는 '이상 저온' 현상도 뚜렷했다. 이달 들어 8일까지 서울의 평균기온은 섭씨 6.8도를 기록, 평년(10.2도)보다 3.4도 내려간 것을 비롯해 춘천 3.1도, 강릉 2.9도, 청주 2.2도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기온이 일제히 하락했다. 4월 이상 기상에 대해 TV조선 김승배 기상 전문위원은 "영하 30도 안팎의 찬 공기를 몰고 오는 시베리아 고기압 세력이 이맘때면 세력이 약해져야 하지만 올해는 늦게까지 위력을 과시하면서 4월 초순에 강풍과 이상 저온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9일에는 바람이 비교적 잠잠하고 기온이 올라갔지만 10일 밤부터 11일까지 대륙에서 찬바람이 불어와 전국적으로 다시 강풍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10일 오후부터 전국적으로 봄비치고는 비교적 많은 강수량 5~40㎜의 비가 내리고 남해안 지방과 지리산 인근 지방 등지에서는 60㎜ 이상 비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