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비친 '신문화의 탄생'] [28] "킷쓰한 뒤엔 소독약으로 양치질 해야 위생적이오"

'키스'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우리 글은 1922년에 발표된 나도향의 단편소설 '젊은이의 시절'이 꼽힌다.(국립국어원) 그 이전에 우리에게도 남녀 간 혹은 부모·자식 간 여러 '입맞춤'이 있었지만 서양식 키스는 외국 영화 스크린을 통해 1920년대에 이 땅에 상륙했다. '똔판(Don Juan·1928년 국내 개봉)'이나 '몬 빠리(Mon Paris·1929년 국내 개봉)' 같은 '서양 활동사진'들이 많은 조선인 남녀를 놀라게 했다.

조선일보 지면에서 키스에 관해 언급한 최초의 기사 역시 1920년대 영화·연예란에서 발견된다. '촬영 중 배우들의 포옹·키스'를 다룬 글이다.(1927년 10월 11일자) 미국 남자 배우가 "맛나 본 일도 업고 일홈도 들어보지 못한" 여배우와 로맨틱한 장면을 촬영한 뒤 청혼한 이야기 등 할리우드의 에피소드를 전하며 "캬메라 압헤 '러보 씬'은 큐핏-드의 도움을 가장 만히 밧는 때"라고 했다. 러브신 촬영에 대한 강한 호기심이 글 전체에 넘친다.

서양식 애정 표현에 대한 1920~30년대 기사들의 태도는 '관심 반 거부감 반'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기사는 "(미국의 영화제작자들은) 러브 씬을 조하하는 관객에게 환심만 사면 그네들에게는 직분을 다한 줄로 알고… 키스의 장면을 크로스 업으로 관객의 정면에 드리댄다"며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1928년 3월 6일자) 또 다른 기사는 "류행을 맨드러 내는 곳은 아모래도 헐리웃드"라며 "스크린 위에서 한번 환영받은 그 키쓰는 반듯이 사회 방면의 류행을 이루고야 맙니다"라고 세태를 흥미롭게 전했다.(1934년 12월 9일자)심지어 각국에서 미국 영화제작자들에게 "(러브신을) 좀 더 점잔케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자 할리우드가 '반성'한 끝에, 일반적 키스신의 시간을 "외국 수출용은 4초, 미국 개봉용은 40초간"으로 하며 '친구 간' '모자 간' 등 9가지 상황별 키스신 제한 시간을 정했다는 별난 보도까지 했다.(1933년 9월 2일자) '신식'으로 입맞출 때의 위생 문제를 다룬 가정면 머리기사는 전염병을 막기 위해 "킷쓰를 한 뒤에는 곧 과산화수소나 리봐놀 프레스 옥도와 가튼" 소독력이 있는 액체로 양치질을 하라고 충고했다.(1932년 6월 19일자)광복 이전 우리 영화에서는 키스신이 발견되지 않는다. "우리 배우의 러브신은 외국 영화와 달리 관객 정서에 더 직접적이고 강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당시 검열 당국이 더 엄격하게 규제했기 때문"(조희문)이다. 한국 영화에 키스신이 들어간 건 1954년 12월 개봉된 한형모 감독의 '운명의 손'이 최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