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액보험 月10만원 내면, 보험사는 수수료 떼고 8만7000원 투자

◇수익률 논란

금융소비자연맹이 지난 4일 변액연금보험 상품 10개 중 9개의 수익률이 최근 10년 동안 평균 물가 상승률인 3.2%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발표한 뒤 생보협회는 "계산 방식이 잘못됐다"면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후원을 받고 있는 금융소비자연맹은 주춤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번에 변액연금보험에 대한 2차 컨슈머리포트를 발표해 역공에 나섰다.

생보협회는 "변액연금보험의 경우 매달 일정액을 붓는 적금식인데, 금융소비자연맹은 한꺼번에 목돈을 투자하는 것으로 가정해 수익률을 과소 계산했다"는 주장이다. 생보협회 자체 계산으로는 금융소비자연맹이 주장하는 수익률보다 1.6배가량 높게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보협회 측 계산방식으로도 시중에서 판매 중인 변액연금보험 상품 10개 중 4개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에 못 미친다는 결과가 나온다. 

☞ 변액연금보험

은행 적금처럼 매달 일정액을 납입하면 노후에 연금으로 돌려주는 연금보험의 일종. 노후에 받을 연금액이 미리 정해지는 일반 연금보험과 달리 보험사가 보험료로 받은 돈을 주식·채권 등에 투자한 운용 실적에 따라 연금액이 달라진다.

어떤 물건이든 상인이 판매를 할때는 수수료를 떼기 마련이다. 보험상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변액연금보험의 경우 중간상인이라 할 수 있는 보험사가 중간에 떼는 돈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객이 낸 돈 중에서 '사업비'라는 명목으로 떼는 수수료가 평균 12%에 이르고, 나머지만 순수하게 투자에 쓰이기 때문에 고객에게 돌려주는 몫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02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변액연금보험에는 지금까지 247만명 이상이 가입했고, 이들이 낸 보험료는 10조원이 넘는다.

◇보험료 12%를 경비로 떼는 보험사

변액연금보험은 고객이 낸 보험료를 주식·채권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거둔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상품이다. 하지만 보험료 전액이 주식·채권 투자에 쓰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사는 일단 고객이 사망할 경우 보험금을 주기 위한 돈을 먼저 뗀다. 하지만 변액연금보험은 고객이 은퇴 후 연금을 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고 사망 시 주는 보험금이 500만원에 불과해 사망에 대비해 미리 떼는 돈 역시 크지 않다. 월 20만원을 납입하면 2332원(1.2%)에 불과하다.

문제는 '사업비'라는 명목의 부대 경비이다. 고객이 월 20만원을 납입하면 사업비로 2만3222원을 뗀다. 고객이 낸 돈의 11.6%에 이른다. 보험사는 이것을 모두 뺀 17만4446원을 자산운용사에 위탁해 주식·채권 투자로 굴리게 한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고객이 직접 주식형·채권형 펀드에 투자할 경우 자산운용사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0.5% 정도에 불과한 것과 비교해 보험사의 사업비 비중은 지나치게 높다"고 말했다. 보험사가 고객과 자산운용사를 중개(仲介)하는 역할만 할 뿐인데 너무 많은 수수료를 챙겨간다는 것이다.

보험사도 할 말은 있다. A보험사 관계자는 "변액연금보험에 가입해 10년간 보험료를 내더라도 보험사가 신경 쓸 기간이 10년에 그치는 게 아니고 고객이 연금을 받을 때까지 30~40년간 신경을 써야 하며 그동안 비용이 계속 발생한다"며 "그런데도 사업비는 보험료를 내는 동안에만 몰아서 떼기 때문에 과도하게 보이는 착시 현상이 생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사가 실제 필요한 비용 이상으로 사업비를 부풀려 보험료에 반영한 뒤, 실제 쓰고 남은 돈을 이익으로 챙겨왔다는 점에서 보험사의 해명을 100% 믿기는 어렵다. 2009 회계연도의 경우 생명보험사들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사업비에서 실제 사업비를 제하고 남은 돈(사업비 차익)이 1조9989억원에 달했다. 그해 생보사들이 거둔 당기 순이익의 80%가 넘는다. A생명보험사 관계자는 "고객에게 받은 사업비의 평균 15% 정도는 차익(差益)으로 남는다고 보면 된다. 대개 생보사들은 과거 금리가 높았던 시절 팔았던 연 10% 이상 고금리 보험에서 생기는 이자 손실을 사업비 차익을 통해 메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