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시절 도시락 그립다면… 통인시장 손맛 좀 보실래요?

1941년 일제강점기 효자동 인근 일본인들을 위해 만든 공설시장에서 출발한 서울 종로구 통인동 통인시장(tonginmarket.co.kr). 경복궁과 청와대 바로 옆에서 70년째 전통의 맛과 멋을 이어가는 곳이다.

10일 오후 통인시장 내 반찬가게 중앙전주반찬 앞에서 효자동 주민 백정호(여·34)씨가 딸을 등에 업고 반찬을 고르고 있었다. 빨강·노랑·파랑으로 화려한 반찬 앞에서 백씨는 7가지 반찬을 고르고, 500원짜리 쿠폰 7장을 냈다. "여기에 밥하고 국을 사면 딱 5500원이 들어요." 출산을 앞두고 휴직 중인 황혜인(31)씨도 시장을 찾았다. 도시락 용기 가득 계란말이·김치·잡채·꼬막과 온갖 종류 나물을 담고 "이 값으로 이런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도시락 카페 이용자들이다. 지난 1월 문을 연 도시락 카페는 통인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5000원 내외 쿠폰을 산 뒤 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원하는 반찬을 도시락 용기에 담아 먹는 '전통시장 뷔페'다. 시장 15곳 반찬가게에서 원하는 품목을 500~2000원에 살 수 있다. 평일 도시락 카페를 찾는 사람은 200여명. 주말에는 800명까지 늘어난다. 대형 마트·수퍼마켓 등쌀에 고전하던 통인시장을 살리는 '효자'다.

도시락 카페 붐을 타고 고객이 늘자 직접 목공예품을 만들어보는 내맘대로 공방도 생겼다. 75개 점포, 200m 길이 작은 시장이 대형 마트를 넘어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중앙전주반찬은 이정순(53)씨가 15년 전 시작했다. 분식집을 운영하던 이씨는 급식이 도입되며 장사가 잘 안되자 반찬가게로 업종을 바꿨다. 땅콩·아몬드·잣·무화과·호박씨 등 20여종이 넘는 견과류로 만든 견과류고추부각이 대표 종목. 부추·당근·양파를 넣고 부친 부추전과 매콤한 닭강정도 일품이다. (02)725-6229

광주상회는 도토리묵과 달콤한 식혜가 돋보이는데 유명 한정식집에도 납품한다고 한다. (02)736-6324

시골반찬에 가면 경상도·전라도 음식 맛을 버무린 손맛을 느낄 수 있다. 모듬전과 새콤한 도라지 오이초무침, 햇마늘 장아찌를 찾는 단골이 많다. (02)723-0922

통인시장 명물 '기름떡볶이'도 빠뜨리면 곤란하다. 국물 없이 고추기름을 사용해 가마솥 판에 볶아 쫄깃쫄깃·담백한 기름떡볶이는 원조 할머니 떡볶이와 효자동 옛날 떡볶이에서 맛볼 수 있다. (02)725-4870, (02)735-7289

궁중·사찰 음식점 곽가네음식에서는 호두·잣·땅콩 등 6가지 견과류와 연근이 들어간 견과류연근탕, 견과류와 더덕이 조합된 더덕견과류탕이 대표 식품이다. (02)735-3268

1961년부터 3대가 이어온 부여떡방앗간도 명물이다. 전통방식 그대로 2번 쪄서 맛이 깊은 약식, 컵케이크처럼 생긴 보리떡 등이 인상적이다. (02)735-4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