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칠 匠人의 변신 "이제 色을 버린다"

"색(色)을 빼겠다."

10일 오전 서울 군자동 작업실에서 옻칠 장인(匠人) 전용복(60)은 '기본(基本)'을 말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옻칠은 검다' '옻칠에서 다양한 색(色)의 구현은 불가능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색채의 세계를 탐구했다. 이젠 다시 옻칠 본연의 순수 나전(螺鈿) 기법으로 돌아가려 한다."

지난해 봄 중국 전시회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만 해도 옻칠에 붉고 푸른 안료를 섞어 금강산 일출과 연어 떼의 귀향을 그려내며 '칠채(漆彩)', 즉 '옻의 빛깔'에 몰두했던 그였다. 30년 작업이 칠채에 대한 연구였다.

그랬던 그가 1년 만에 180도 달라진 이유가 궁금했다. "화려한 색채에 약간 질렸다. 나전의 소박한 아름다움이 그리워졌다. 당분간 색채를 배제한 작업에 몰두하려 한다." 여러 재료를 혼합하기보다는 재료 자체의 순수한 질감과 색채를 그대로 이용하겠다는 것. 그는 "나전은 변화무쌍한 소재다. 전복 껍질과 고둥 껍질은 질감도, 색채도 각각 모두 다르다. 나전의 은빛만으로 화려함 없이도 화려함을 구사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