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첫사랑' 배수지

    입력 : 2012.04.11 03:08

    영화 '건축학개론' 본 뭇 남성들 "내 첫사랑이야"

    드림하이 연기 혹평에 오기… 대사 수십번 읽고 자신 것으로

    트위터엔 갑자기 삼촌팬 가득 "저 배수지 앞으로 더 잘할게요"

    영화 건축학개론으로‘국민 첫사랑’이 된 수지는“항상 해맑은 에너지가 솟아나서 볼 때마다 행복해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걸그룹 미스에이의 수지(18)는 여성 팬들로부터 '수지맞은 수지'라는 질투 섞인 얘기를 들었다. 지난해 '해를 품은 달'의 주인공 김수현과 함께 드라마 '드림하이1'을 찍은 데 이어 올해엔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충무로의 블루칩 이제훈(28)의 상대역을 맡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건축학개론'이 개봉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버스 창가에 앉아 부서지는 햇살을 받는 서연(수지)은 뭇남성들 사이에서 '국민 첫사랑'으로 떠올랐다. 영화는 개봉 17일 만인 지난 7일 관객 200만명을 뛰어넘더니, 10일에는 2012년 흥행 톱5에 이름을 올렸다. 이젠 "수지맞은 건 김수현과 이제훈"이라는 평까지 나오고 있지만, 10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수지는 "그런 배우들을 만난 내가 운이 좋은 것"이라고 했다.

    과연 운이 좋았을까. 수지도 처음 연기에 도전했던 '드림하이'에선 "실력도 없이 연기에 욕심낸 아이돌 가수 중 하나"라고 혹평받았다. 그런데도 수지는 '건축학개론'을 통해 다시 연기에 도전했다. 그는 "(자신의 실망스러운 연기를 보고) 오기와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그리곤 이번 영화를 준비하면서 서연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시나리오 속 대사를 수십번씩 읽으며 서연에 자신의 실제 말투를 입혔다고 한다. 콘티에 의문점들을 빼곡히 써넣고 감독과 선배 연기자들에게 답을 구하기도 했다.

    노력의 결과는 일단 성공적이다. 영화를 본 지인들은 그에게 "영화 속 서연이 실제 생활 속의 너랑 똑같다"고 했단다. "수지누나"로 시작하던 팬들의 트위터 멘션은 이제 "수지양"으로 시작하는 삼촌팬들의 것으로 바뀌었다. "트위터에 갑자기 삼촌팬들이 많아진 걸 보면 변화를 실감해요. 삼촌들이 '첫사랑이 생각났다' '내 첫사랑과 많이 닮았다'는 멘션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어떤 분들은 저때문에 잠 못 든다는 분도 있고. 하하하…."

    수지는 "드림하이로 우연히 연기에 발을 들여 놓았지만, 기왕 한 것 제대로 해보고 싶은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가수 생활도 그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부분. '건축학개론'을 찍으면서도 새벽촬영이 끝나면 혼자 연습실로 가 미스에이 안무를 연습하거나 헬스클럽에서 체력관리를 했다고 한다. 그는 "일단 연습실에 가면 뭐라도 하게 되니까 가게 된다"며 "성격상 연습을 거르면 집에 와서 발 뻗고 잘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수지가 연기자로서 완전히 인정받은 건 아니다. "영화 속 수지의 역할은 남자들의 아련한 첫사랑으로 서 있는 것뿐이다. 예쁘긴 해도 연기력을 제대로 보여주지는 못한다"는 비판적 평가도 있다. 수지는 "그렇게 평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영화 속 내 역할은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고 뿌듯할 정도로 그 역할을 해냈다"고 했다. "앞으로 사람도 많이 만나고 경험을 다양하게 쌓으면 내가 보여줄 수 있는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수지는 건축학개론 엔딩 크레딧에 '수지' 대신 '배수지'라는 본명을 새겼다. "아이돌 수지로 보지 말고 배우 배수지로 봐줬으면 하는 마음때문"이었다. "아무도 못말리는 천방지축, 애절하고 슬픈 비련의 주인공, 하늘을 나는 초능력자 등 하고 싶은 게 많은 배우가 바로 배수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