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TALK] '버줌마' '버머니' '버밀리'? 버스커버스커 팬들 작렬

버줌마·버머니·버게이·버밀리…. 요즘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수시로 출몰하는 인기 검색어다. 대체 무슨 뜻일까. 지난해 케이블채널 엠넷의 가수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3'에서 준우승을 하고, 지난달 말 정규 1집을 낸 밴드 '버스커버스커'의 팬을 지칭하는 말이란다. '버스커버스커를 좋아하는 아줌마' '버스커버스커를 좋아하는 할머니' '버스커버스커를 좋아하는 게이(동성애자)' '버스커버스커를 좋아하는 가족(패밀리)' 등을 농담처럼 일컫는 신조어다.

'버스커버스커'의 인기가 그만큼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는 단어. 실제로 타이틀곡 '벚꽃엔딩'은 발표되자마자 각종 음원차트 1위를 점령했고, 앨범 수록곡 11곡 모두 현재까지 멜론·벅스뮤직·네이버뮤직 등 주요 음원 차트에서 10위권에 올랐다. 앨범은 발매 1주일 만에 2만장가량 팔렸다. 초판 1만5000장이 내놓자마자 모두 팔려 부랴부랴 추가로 찍었다. 다음 달 5~6일 서울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에서 여는 단독 콘서트 '청춘버스'는 5분 만에 표가 매진됐다. 음반을 제작한 CJ E&M은 결국 공연 일자를 4일 하루 더 늘렸고, 예정에 없던 부산·대구 공연도 추가로 마련했다.

30~40대 기혼여성 팬들은 페이스북·트위터 같은 SNS에 "5일이 어린이날이지만, 이날 저녁만큼은 아이를 집에 두고 버스커버스커 공연 보러 가겠다"는 글을 경쟁하듯 쏟아내는 상황. '디씨인사이드'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엔 이런 현상을 두고 '버줌마 때문에 나라가 망할 지경이다'란 농담성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실제로 콘서트 예매자의 80%가 여성. 이 중 30~40대 여성이 23% 정도 된다.

10~20대 남자 팬의 행보도 눈에 띈다. 이들은 '등에 메는 책가방+몸에 착 달라붙는 짧은 면바지+나비 넥타이' 등으로 대표되는 '버스커버스커' 멤버들의 패션을 따라 하는가 하면, '소녀시대보다 버스커버스커가 좋다'는 식의 글을 블로그와 SNS에 올려 '동성애자'라는 '오해'까지 종종 듣는다. 그래서 이들을 놀리듯 지칭하는 단어가 '버게이'라고 한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씨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가수 대부분이 기존 작곡가나 프로듀서의 힘을 빌려 비슷한 결과물을 들고 나왔던 것과 달리, 버스커버스커는 작사·작곡·연주까지 직접 하면서 나름의 정체성을 보여줬다"며 "많은 이들이 버스커버스커를 두고 '신선하다'고 열광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