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신흥국·러시아 펀드 수익률 고공비행

유럽 경제를 움직이던 유럽의 중심 국가들이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 위기의 소용돌이에서 여전히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는 이들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에도 영향을 미쳐, 유럽 펀드 투자자라면 올해 평균에도 못 미치는 초라한 성적표에 실망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유럽이라고 다 같은 상황은 아니다. 동유럽 등 유럽 신흥국의 주식에 투자하는 신흥 유럽 펀드는 재정 위기에서 한발 비켜나 올해 들어 선전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기업에 투자하는 러시아 펀드는 고공비행하는 국제 유가를 등에 업고 수익률 선두에 섰다.

◇유럽 신흥국 펀드 두각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 집계(10일 기준)를 보면, 신흥 유럽 펀드는 올해 들어 평균 17.3%의 수익을 냈다. 이는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11.0%)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해외 지역별 펀드 가운데 신흥 유럽 펀드보다 수익률이 높은 것은 인도 펀드(18.6%)와 러시아 펀드(20.9%)뿐이다.

신흥 유럽 펀드 중 '우리Eastern Europe증권투자신탁 1[주식]'펀드는 올해 들어 수익률이 20%를 넘어섰다. 이 펀드는 동유럽 국가에서 사업하는 기업의 주식에 주로 투자한다. 지난 2월 1일 기준으로 이 펀드는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와 천연가스기업인 가즈프롬 등의 주식을 보유했다.

'우리Eastern Europe증권투자신탁 1[주식]'펀드를 운용하는 강석훈 우리자산운용 팀장은 "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높은 수준에서 거래됨에 따라 러시아 경제 상황이 좋다"며 "러시아 경제의 중심인 에너지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면 정부의 세수가 늘고 정부의 재정 지출도 증가해 소비재나 금융주도 수혜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의 'KB유로컨버전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펀드는 유로존의 공동 통화인 유로화를 사용하기 위해 유럽통화동맹(EMU)에 가입 신청을 했거나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들의 주식에 투자한다. 터키, 러시아, 폴란드, 카자흐스탄 등의 국가들이다.

임광택 KB자산운용 해외운용본부장은 "이들 국가는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 지역에 있고 성장 가능성도 큰 동유럽 프런티어마켓"이라며 "주로 에너지 기업이나 금융회사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KB유로컨버전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펀드는 연초 이후 19%대의 수익을 냈다.

◇뒤처진 유럽 중심국

신흥국이 치고 나간 사이, 유럽 선진국은 상대적으로 뒤처졌다. 유럽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8.2%로,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을 밑돌고 있다. 중국 본토 펀드와 함께 가장 낮은 편이다.

유럽 펀드 중 '한국투자유럽펀더멘탈인덱스증권투자신탁 1(주식)'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4.5% 수준. 이 펀드는 유로존 중 11개 정도의 국가에 투자하는데, 특히 프랑스와 독일 비중이 50%에 달하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비중도 큰 편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경우 요즘 유럽 재정 위기의 한가운데에 있는 나라들이다. 현재 펀드에 편입된 종목은 20개로, 보험사인 ING와 은행인 도이치뱅크, 석유회사인 토탈 등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가 대부분이다.

'미래에셋유럽블루칩인덱스증권투자신탁 1(주식)'펀드 역시 스위스 식품업체 네슬레와 스위스 제약회사 노바티스, 영국 이동통신업체 보다폰 등 유럽 중심 국가들의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임세찬 하나대투증권펀드 연구원은 "스페인의 경제 규모는 그리스와 포르투갈, 아일랜드를 합한 것보다도 큰데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처럼 덩치가 큰 국가들에 문제가 지속되면 유럽 전체적으로 불안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동유럽 등 유럽 신흥국과 유럽 중심부를 완전히 분리시켜서 볼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유럽 신흥국들이 유럽 중심 국가들로 수출을 많이 하고 금융시장도 어느 정도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