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까지 들여왔다고? 오피스텔의 진화

서울 도심의 대형 오피스텔에 사는 회사원 박모(34)씨는 요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곧바로 피트니스센터로 달려간다. 운동으로 땀에 흠뻑 젖은 박씨가 샤워를 마친 뒤 찾는 곳은 커뮤니티센터 내 식당. 출근 전 영양사가 정성껏 준비한 음식으로 속을 든든히 채우기 위해서다. 퇴근 후에는 직장 동료를 집으로 초대해 함께 골프 연습을 하거나 북카페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지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요즘 부동산 시장의 최고 인기상품인 오피스텔이 새로운 주거문화를 이끄는 생활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피트니스센터와 옥상정원은 기본이고 북카페, 바비큐 가든 등 고급 아파트나 호텔에서 볼 수 있던 커뮤니티 시설과 특화된 서비스가 이젠 필수조건이 됐다. 아파트 대신 오피스텔을 택하는 실속형 1~2인 가구가 빠르게 늘면서 입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속속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옥상정원·스파·바비큐가든 설치

최근에 선보인 오피스텔에 빠지지 않는 것이 톡톡 튀는 공동시설이다. 서희건설이 부산 광안리에 분양한 '서희스타힐스 센텀프리모'는 바닷가에 위치한 장점을 살려 오피스텔에 휴양지 리조트의 색깔을 입혔다. 옥상 정원에서 해운대를 배경으로 가족들이 저녁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바비큐가든을 마련하고 따스한 햇볕에 피부를 구릿빛으로 태울 수 있는 태닝(tanning) 가든도 설치했다.

오피스텔에서 온천도 즐길 수 있다. '대전 유성 푸르지오시티'는 온천수를 활용한 전용 스파(spa)를 선보였다. 여성들이 피부 미용과 원기 회복에 좋은 스파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겨냥해 리조트 못지않은 휴양 서비스를 누리도록 한 것이다.

도심과 사무실 밀집 지역에서는 오피스텔 안에 비즈니스센터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비즈니스라운지, 미팅룸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조성, 입주자가 외부에서 손님이나 고객을 초대해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대우건설이 최근 분양한 '세종시 푸르지오 시티'에는 게스트룸도 들어선다. 세종시로 출장 온 공무원이나 친지들이 잠시 머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아침식사·세탁·도배도 대신해줘

일상생활 속에서 일일이 챙기기 어려운 아침식사부터 청소, 우편물까지 대신 관리하고 도움을 주는 서비스도 오피스텔에서 가능해졌다. 대구의 '수성 SK 리더스 뷰'는 오전 6시 30분부터 9시까지 단지 내 커뮤니티센터가 뷔페식당으로 변한다. 입주민들이 출근이나 등교하기 전에 한식·양식 등 자신이 원하는 식단으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다.

서울 강동구에 있는 '강동 큐브 2차'는 주택 전문관리 업체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를 구해주고, 입주자가 바뀔 때 도배 등 집안 시설을 점검하고 보수해 준다. 전등이나 커튼을 바꿔주는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한화건설의 '송파 한화 오벨리스크'는 1층에 '세탁 서비스룸'을 만들어 출·퇴근 때 맡겨놓은 빨래를 세탁 후 배달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좁은 공간도 넓게, 더 넓게

작은 주거공간을 더 넓게 사용하도록 도와주는 오피스텔의 평면 설계도 발전하고 있다. 오피스텔 내부 공간이나 가구를 효율적으로 배치해 '오피스텔은 좁고 불편하다'는 편견을 깨고 2~3인 가구가 사는 데 불편함이 없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수납공간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락형 평면'을 도입한 오피스텔도 나왔다. '동탄신도시 우미쁘띠린'의 천장 높이는 일반 오피스텔보다 40㎝ 높은 2.8m에 달한다. 우미건설 측은 "천장 윗부분 빈공간을 다락 형태로 활용하면 전용면적 23㎡형 오피스텔의 수납용량이 최대 4㎥ 정도 넓어진다"고 밝혔다.

'송파 푸르지오 시티'는 대부분 오피스텔이 직사각형 모양으로 설계되는 것과 달리 'L'자형 평면을 적용했다. 좁은 오피스텔 공간 안에서도 거실과 방이 구분되는 느낌을 준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과거 오피스텔은 특화된 설계나 가전제품 설치로 소비자의 마음을 얻으려 했다면 이제는 입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다만 소비자들은 분양가와 전용면적 비율, 주변 오피스텔 공급물량 등을 따져 투자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