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등 기호식품 매출 뚝… DIY(스스로 만드는 제품)제품은 인기

◇목돈 쓰기 부담스러워… 커지는 렌털 시장

경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바뀌면서 주목받는 분야가 렌털 비즈니스다. 한 번에 목돈을 쓰는 대신 매달 일정액의 사용료를 내는 쇼핑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아진 것이다.

올해 초 가전제품 렌털 서비스를 시작한 이마트에서는 11일까지 누적 계약 건수가 6200건을 돌파했다. 롯데마트·홈플러스·하이마트도 가전제품 렌털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불황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대형마트들이 가장 주력하고 있는 것은 '간편가정식' 코너다. 이마트·롯데마트는 전국의 모든 점포에서 매장 크기를 두 배로 확장하고 있다. 수산·축산물 등의 매출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간편가정식 매출만 30~50% 올라 '성장의 독주(獨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편가정식이란 이미 만들어진 밥·탕류·면류나 반찬을 데워 먹는 식품을 말한다. 올 초 이상 저온으로 식재료 값이 폭등하고 외식비도 오르자 소비자들이 값싼 간편가정식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마트에는 280가지, 롯데마트에는 240가지 간편조리식이 나와 있다.

불황에 지갑이 가벼워지면서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도 변하고 있다. 간편가정식뿐만이 아니다. 본지가 대형마트, 기업형 수퍼마켓, 온라인몰의 1~3월 판매를 분석해본 결과, DIY(스스로 만드는 제품)·대용량 충전세제·렌털 매출이 크게 늘었다.

◇'없어도 괜찮은 물건' 안 샀다

기호식품 소비는 대형마트와 수퍼마켓에서 모두 줄었다. 1년 전과 비교해보니 껌·소주·아이스크림·간식소시지·조미어포 매출이 5~15% 하락했다. 조금만 참으면 돈을 아낄 수 있는 품목은 사지 않았다는 소리다. 가전 쪽에서는 스마트기기에 포함된 기능의 제품 매출이 급격히 하락했다. 이마트에서 1년 전과 비교해 DSLR 카메라는 20%, 디지털게임기는 15%, 내비게이션은 25%, MP3는 40% 매출이 줄었다. 싼값에 많이 사놓을 수 있는 대용량세제 매출은 급증했다. 인터넷 쇼핑몰 G마켓에서 대용량 세탁세제와 대용량 섬유유연제는 1년 전보다 매출이 142%, 70% 늘었다.

◇스스로 만들어 비용 아끼는 DIY 제품 인기

고물가에 소비자 스스로 만들어 쓰는 DIY 제품도 판매가 늘었다. G마켓에서는 3월에 DIY 가구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했다. 소비자가 직접 가구에 색을 칠할 때 필요한 스프레이와 DIY 페인트 등도 작년보다 판매가 10% 이상 늘었다. 박혁 가구침구팀장은 "올해는 DIY가구·페인트·타일 등 인건비 부담이 없는 셀프 인테리어 제품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DIY 식품도 인기다. 롯데마트에서는 올해 들어 가정에서 아이스크림·초콜릿 쿠키·머핀 등을 만들어 먹는 DIY 식품 매출이 작년보다 24.4% 늘었다. 호떡·브라우니 등 20여종의 '큐원 홈메이드 믹스'를 생산하는 삼양사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3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