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어선, 오징어 씨 말려… 대게 잡으러 가는 울릉도

지난 4일 경북 울릉군 울릉읍 저동항. 어민 박모(41)씨가 자신의 8t어선에서 잡아올린 대게 100㎏가량을 항구에 내리고 있었다. 박씨는 울릉군의 지원을 받아 지난 2월부터 대게잡이를 배우고 있다. 울릉도와 독도 연근해에 자망과 통발 등을 던져 놓고 2∼3일 후 수거한다. 박씨는 "최근 오징어잡이가 시원치 않아 대게잡이에 나섰다"며 "울릉도에 살면서 대게잡이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호박엿과 함께 울릉도의 지역 명물로 꼽히는 오징어가 사라지고 있다. 과거 울릉도와 독도 인근 어장은 매년 6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꽁치떼를 따라 남하한 오징어들로 들끓었고 어민들은 쉽게 만선(滿船)의 콧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오징어 어획량은 2006년 6400t을 정점으로 떨어지기 시작해 2008년 5026t, 2011년엔 반 토막 수준인 3585t까지 떨어졌다.

울릉의 명물 오징어가 사라지는 것은 남하하는 오징어떼를 중간에서 싹쓸이하는 중국 어선 탓이라는 게 어민들의 말이다. 한국 어선은 길게 연결된 낚싯바늘로 한 마리씩 낚아올리는 '채낚이'로 오징어를 잡도록 규정돼 있지만, 중국 어선들은 멸치잡이처럼 촘촘한 그물로 아예 씨를 말린다는 것이다. 울릉군 어민들은 "중국 어선들은 아예 오징어를 바다에서 퍼올린다"고 말했다.

울릉군은 "중국 어선이 3년여 전부터 북한 수역에서 오징어 싹쓸이를 시작했다"며 "북한이 중국 어선에 어업 허가증을 마구 발행해 주기 때문에 어선 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어민들이 오징어잡이에 고전하자 오징어를 손질하고 말리는 작업 등에 종사하는 나머지 주민들의 일감도 줄어들고 있다. 주민들은 "오죽하면 우리가 오징어 대신 게를 잡겠느냐"고 말한다. 이대로면 울릉도를 대표하는 두 개의 명물 중 하나가 사라질 처지라는 것이다.

지역 전체 수산물 생산량의 90％가량을 차지하는 오징어 어획량이 줄어들자 울릉군도 비상이 걸렸다. 울릉군은 지난 2월 초 지역 어민 4명을 선발해 어선 한 척당 500여만원의 어구 구입비를 지원, 대게잡이에 나서도록 했다. 대게가 울릉·독도 해안에서 얼마나 잡히는지, 상품화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시험조업이다. 군이 대게잡이를 지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울릉군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울릉도의 명물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군의 경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렇게 오징어가 줄어들면 앞으로 대게 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