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65세 이상) 66%가 성생활… "어르신, 창피해 말고 性강좌 들어보세요"

지난 10일 오전 10시쯤 서울 노원구청 5층 치매지원센터. 성교육 전문강사 정한경(51)씨가 '노년기 건강한 성'이란 주제로 강의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강의실을 가득 메운 노인 남녀 70여명이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열심히 강사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깨끗이 씻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잘 말리는 거예요. 무좀균도 다닥다닥 붙어 있는 발가락 사이에 습기가 있어 잘 퍼지는 것처럼, 생식기도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되지요."

"여성분들은 아랫부분을 씻을 때 비누를 사용하면 오히려 좋지 않아요. 외부에서 유해 세균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좋은 균까지 모두 죽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맹물을 사용해 깨끗하게 씻어 주세요."

노인들이 실생활 속에서 놓치기 쉬운 점을 찾아 정씨는 설명을 이어갔다. 남성의 성 기능을 저하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전립선 비대증 증상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거나 ▲소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고 ▲아랫배에 힘을 줘야 소변이 나오며 ▲자다가 일어나서 소변을 봐야 하는 등의 증세가 그것. 정 강사는 "이 같은 증상이 자주 반복되면 병원 치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했다.

여성들은 아랫배 쪽에 쑥을 넣은 물을 끓여 나오는 증기로 '쑥 찜'을 해주는 게 좋고, 남성 어르신들에게는 꽉 끼는 하의를 피하고 속옷을 자주 갈아입어야 한다는 충고가 뒤따랐다. 불법적인 성매매는 화를 부를 수 있지만, 잘 모르는 파트너와 교제할 때는 반드시 콘돔을 이용해야 한다는 주의도 곁들였다.

강의가 끝나자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폐경 이후 점액이 잘 나오지 않아 성 관계를 맺을 때 힘들 때가 있는데, 젤 제품은 병원에서 사야 하는 건가요"라는 질문에 정씨는 "따로 병원 진단까지 받아서 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일반 약국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할아버지가 당뇨를 앓아 20년째 성생활을 못하고 있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하자 "민망해하지 말고 솔직한 대화를 통해 분위기를 만들고, 건전한 자위나 보조 기구 사용도 괜찮을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씨는 "중요한 것은 부부간 대화를 통해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입니다. 부인은 전립선 비대증으로 고생하는 남편에게 '왜 화장실 가서 그렇게 오래 걸리느냐'고 소리만 지르면 해결책이 없죠. 폐경 후 '여자로서 끝이야'란 생각을 갖는 여성들도 부부간 대화를 통해 자신감을 갖는 게 필요합니다"고 전했다.

◇각 구청서 노인 성교육 강좌 개설

보건복지부가 작년 6~12월 65세 이상 노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성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6.2%(331명)가 성생활을 유지하고, 이 중 36.9%(122명)가 임질·요도염 등 성병에 걸린 경험이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노원구를 비롯, 동대문구, 금천구, 종로구 등 적지않은 자치구에서 노인복지관을 중심으로 노인 성생활에 대한 교육 과정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