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신동'들의 합창단 만들기, 실화다

"요즘 누가 국악 듣냐? 다들 아이돌 (대중가요) 듣지."

조정래(39) 감독이 시나리오까지 직접 쓴 영화 '두레소리'(다음 달 10일 개봉)에 나오는 대사다.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에서 판소리를 전공하는 주인공 김슬기가 친구에게 자조적으로 하는 말. 이 영화는 '다들 아이돌의 팝음악을 듣는' 시대에 국악을 하는 10대들의 고민과 꿈을 담았다.

'두레소리'는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합창단 '두레소리'의 실제 창단 과정을 그렸다. 7:3 비율로 사실과 허구를 섞어 만들었고, 학생 연기자들은 '두레소리'에서 활동하는 실제 재학생들이다. 합창반 교사도 두레소리의 노래를 직접 만들고 지도한 현직 교사 함현상씨가 연기했다. 아마추어 배우들과 8000만원의 제작비로 만든 이 영화는 투박한 구석도 있지만 '국악 소년·소녀'들의 깊고도 청아한 목소리와 이들의 일상을 실감 나게 담아낸 덕분에 개봉 전 벌써 '힘 있는 작은 영화'로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 김슬기(18)와 조아름(19)은 각각 판소리와 민요를 전공하는 학생이다. 국립전통예술고 3학년인 김양은 열살 때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가 '오나라'를 불렀고, 조양은 올해 초 전통예고를 졸업하고 중앙대 국악과 1학년에 재학 중이다. 12일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이들을 만났다.

―아마추어의 첫 연기치고는 자연스럽다.

김슬기 "시나리오에 있던 딱딱한 대사는 다 우리가 쓰는 말투로 고쳤다. 우리가 쉬면서 장난치거나 밥 먹는 모습에도 카메라를 들이대더라.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나중에는 카메라가 카메라로 안 보일 정도로 편해졌다."

―'이사가는 날' 등 영화 삽입곡이 벌써 온라인 등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김 "우리 노래를 듣고 위안을 얻는 분들이 많다고들 한다. 나도 레슨 가기 싫을 때면 '두레소리' OST를 버스에서 듣는다. 그걸 들으면 사람들의 아픔을 달래는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국악과 합창은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데 왜 '두레소리'를 만들고 가입했나.

조아름 "'두레소리' 선배들의 공연을 처음 봤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좋았다. 판소리에는 합창이 없고, 민요의 합창엔 화음이 없으니까, 화음이란 걸 그때 처음 들어본 셈이다. 혼자서만 노래를 부르던 이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니 얼마나 신기하고 좋았겠나."

―어려운 점은 없었나.

조 "처음에 가요를 불러봤는데 다들 판소리와 민요 부르듯 불렀다. 선생님도 이걸 고쳐보려고 하다가 나중엔 그냥 인정해주셨다. 그게 우리 합창의 매력이라고들 한다."

―어떤 노래를 부르나.

김 "학교 선생님들이 도레미 서양음계로 창작한 곡들을 주로 부른다. 그렇다고 국악에 양악을 접목한 음악 정도로는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그냥 '우리 식대로 부른 노래'다."

―'우리가 이걸(국악) 10년째 하고 있다'는 대사가 나온다. '이제 지겹다'는 뜻으로 들리던데.

김 "난 일곱살 때 TV에서 판소리를 보고 부모님을 졸라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에야 다들 '국악 신동'이라면서 머리 한 번씩 쓰다듬어주고 용돈도 주니 마냥 좋았다."

조 "국악이 싫어져서 그만두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돈을 벌 수 없으니까 스스로 포기하는 거지. 슬기랑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나가볼까' 하는 고민도 여러 번 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나온 사람들보다 우리가 노래는 더 잘 부른다."

―요즘 국악 듣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조 "사람들한테 민요는 따분하고 판소리는 지겨울 거다. 그래서 우리가 더 좋은 음악을 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듣게 만들지 연구하는 게 우리 몫이다."

―앞으로 뭘 하고 싶나.

조 "다른 공부도 해보고 싶은데 민요를 버리진 않을 거다. 피아노를 배우더라도 그건 민요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배우는 거다."

김 "지금은 전통 국악 공부를 열심히 하고, 대학 가서는 국악을 현대적으로 바꿔보고 싶다. 판소리는 몇 백년 전 얘기다. 춘향이랑 이몽룡이 업고 놀고, 그네 타고 노는데 요즘 사람들은 그렇게 안 노니까 공감을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