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백두대간 1000㎞를 달린다

"이젠 자전거 타고 백두대간을 달린다."

자전거가 발명된 지 200여년. 자전거는 인류가 발명한 기기 중에 가장 위대한 유산의 하나로 여겨진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50㎞를 가면, 나무 한 그루를 심는 환경 효과가 있다고 한다. 유가는 치솟고 있는데, 한국의 유류 소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적 문제의 대안으로 자전거 타기는 단순히 건강이나 레저의 단계를 넘어서는 환경 문화 운동으로 진화 발전하고 있다. 자전거 동호회 '자타고'(자전거 타는 고양시민 모임: 회원 수 3843명)가 그 운동의 일환으로 일반인도 큰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는 '백두대간 자전거 길' 개척에 나섰다.

◇전국 자전거 길 연결도 추진

'백두대간'은 일제 침략시기 동안 왜곡되면서 잊혔는데, 1980년대 고지도 연구가 이우형 선생이 조선 영조 때 '여암' 신경준이 쓴 '산경표'를 찾아냄으로써 민족정기 뿌리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백두대간 종주는 산악인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다. 이번에 개척하는 자전거 길은 순수 민간단체 동호인들이 자전거를 타며 민족의 정기를 이어가고 한반도 산하의 등줄을 감상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특징이다.

백두대간 자전거 길은 '자타고' 회원인 서순미(44·주부)씨의 발제로 시작됐다. 그녀는 2년 전부터 자전거 타기에 빠져 전국 명소로 자전거 여행을 다녔다. 지난해 12월에는 지리산 성삼재를 넘으며 그 아름다움에 반해, 자주 함께 자전거 여행을 하던 이범원(52·헌법재판소 공무원), 박상근(49·의류제조업), 이희삼(49·오지여행가), 노재문(47·동서식품 연구원)씨 등에게 일반인들이 보다 수월하고 여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백두대간 자전거 길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전임 '자타고' 회장인 박상근씨는 "도심에만 집중해 있는 자전거 길은 연결 고리가 미흡하고 전체적인 자전거 지도나 안내판이 없어 일반인이 낯선 지역으로 자전거 여행을 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실정"이라며, "6만3505㎞에 이르는 유럽의 자전거 길인 '유로 벨로(EuroVelo)'처럼 전국의 자전거 동호회가 힘을 합쳐 '코리아 벨로 루트(Korea Velo Route)'(가칭)를 연결하는 것도 하나의 자전거 환경문화 운동이 될 것"이라고 제안을 확장시켰다.

그 한 부분으로 '자타고' 회원들이 완성한 '백두대간 자전거 길'의 얼개는 GIS(지리 정보 시스템) 편집 전문가 이희삼씨가 구성했다. 그는 탐미적 여행가로 그만의 길을 찾고 개척하는 신조가 있다. 될 수 있으면 산세와 계곡이 예쁘고 오래돼 한적한 길을 찾고, 차선책으로 뚝방 길이나 농로를 타고, 그것도 안 되면 마지막으로 자동차 도로를 찾는 것이다. 그런 길을 물색하다 보니, 입산통제 지역도 나오고, 지리산 둘레길과 같은 걷기전용 길을 피해야 했다. 해서 산악인들이 즐겨 찾는 고성 향로봉에서 지리산 천황봉까지 684㎞의 백두대간 능선 길은 자전거 길로는 975㎞까지 늘어났다.

◇매월 한 번 1박2일 탐험

1차 완성된 루트는 지리산권, 덕유산권, 속리산권, 태백산권, 설악산권으로 나누어져 있다. 백두대간 개척 라이딩은 4월부터 시작해 10월까지 한 달에 한 번 1박2일로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니 숙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부적인 기획과 조정은 이범원씨와 노재문씨가 자투리 시간을 마련해서 두 달 반 동안 수정 보완을 해 1000㎞의 '백두대간 자전거 길' 최종 루트를 지난 3월에 완성했다.

이렇게 새롭게 여며진 길을 따라 22명 자타고 회원들이 4월 14~15일 양일간 그 첫 구간인 지리산 일대에서 꽃을 보며 북상하며 은륜을 밟았다. 회원들은 앞으로 이 길을 여행하며 통과하는 7개월 동안, 하나의 동호회가 그저 지나간 흔적 이상의 의미를 남기기 위해, 지자체와 협의하여 '백두대간 자전거 길' 안내판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정표만 걸리면 일반인들이나 초심자들도 느릿하게 백두대간을 감상하며 자전거 길을 탈 수 있게 된다.

그들은 이렇게 만드는 자전거 길이 고성에서 임진각을 향해가는 400㎞ 휴전선 길, 임진각에서 해남까지 닿는 500㎞, 해남에서 부산에 이르는 500㎞, 4대강 자전거도로 1700여㎞와 연결돼 총 4100여㎞의 자전거 길로 보완되고, 이어지는 '코리안 벨로 루트'의 첫 실마리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

박상근씨는 "다른 동호회에서도 색다른 길이 탐구되어 자전거를 통해 친환경적인 문화운동이 번져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타고 홈페이지 http://cafe.naver.com/ilsanbicy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