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잡히는 기름값… 유통 개선 외엔 답이 없나

"유가가 너무 많이 올라 있다. 공급이 과점 형태여서 이런 일이 계속되는지 유통체계를 비롯해서 제도 개선을 통한 관리 방안에 대해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3일 열린 물가 관계 장관회의에서 한 말이다. "유가에 대해서는 발상을 완전히 새롭게 해서 원천적으로 검토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작년 1월 13일 "기름값이 묘하다"고 말한 뒤 1년3개월 만에 다시 나온 기름값에 대한 발언이다.

지식경제부 등 정부 부처는 움직임이 바빠졌다. 작년 발언 땐 지경부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부처와 시민단체, 정유사,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한 석유가격 T/F(태스크포스)가 출범해 3개월여간 활동 후 대책을 내놨었다.

◇유통 단계 개선 여지 적어

문제는 지난해 T/F에서 내놓은 각종 대책이 시행 중인 상태에서 추가 방안이 별로 없다는 점.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알뜰주유소, 전자상거래, 혼합 판매 등 유통 부문 개선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나왔다고 봐야 한다"며 "우리와 지리적·경제적으로 비슷한 일본에 비해 뒤처지는 셀프주유소 비중 확대 정도나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을 강화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알뜰주유소도 휘발유와 경유를 국내의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에서 공급받는 상황에서 수입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운송비와 국내의 환경 기준 등을 고려했을 때 외국 제품 수입은 경제성을 갖기 어렵다"며 "국내 생산량이 수요의 두 배에 달하는 상황에서 업체를 더 늘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기존 대책 드라이브 걸 듯

일단 기존에 내놨던 대책들을 더 강력하게 밀어붙일 것이란 관측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재정부, 공정위 등과 의견을 나누고 나서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가 뜸한 석유 전자상거래시장에 정유사들이 물량을 내놓도록 하고, 알뜰주유소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석유공사는 올 연말까지 알뜰주유소를 고속도로 주유소를 포함해 250개로 늘리는 데 이어 2015년까지 10% 수준인 13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유사가 납부하는 유류세를 주유소가 내도록 함으로써 유통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형건 대구대 교수(경제학과)는 "공급사들의 과점이 주유소까지 수직 계열화돼 있다는 게 국내 유통구조의 문제"라며 "주유소에서 세금을 내게 하면 탈세 방법이 사라지면서 가짜 석유 문제가 풀리고, 정유사 간판을 달지 않은 무폴주유소가 더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유소들이 경영난에 시달리며 가격 경쟁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카드수수료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주유소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10~20%이던 카드 사용 비율이 최근엔 80~90%까지 올라갔다"며 "주유소가 늘면서 한 곳당 판매량은 줄었는데 수수료는 더 늘어나다 보니 수익이 떨어지고 가격을 내릴 엄두를 못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