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공장 없는 BMW, 국내 시장 2위(판매액 기준) 질주

독일 자동차업체인 BMW코리아가 판매액 기준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인 한국GM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업계 2위에 올랐다. 지난 1988년 내수판매 50만대를 돌파해 국내 자동차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이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수입산 차가 국내산을 제치고 2위에 올라선 셈이다.

16일 국산·수입차 판매실적에 따르면, BMW코리아는 올 1분기(1~3월)에 자동차 5308억원어치를 판매, 같은 기간 5081억원어치(상용차 제외)를 판매한 한국GM을 추월했다. 국내에서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는 수입차 업체가 국내 완성차 업체의 국내 매출을 넘어선 것이다. BMW(미니·롤스로이스 포함)는 지난 1분기 7825대를 팔아 판매 대수에서는 한국GM(2만9420대)에 훨씬 못 미쳤지만 평균 차값이 한국GM의 5~6배에 달해 자동차 매출에서는 추월한 것이다. 지금까지 판매 대수 통계만 발표됨으로써 한국 시장에서 수입차의 놀라운 약진을 간과해 온 셈이다.

◇'판매액 톱5'에 독일차 2개사 진입

국내시장을 자동차 판매 대수로 살펴보면, 올 1분기 현대차그룹(기아차 포함, 버스·트럭 제외)이 21만8581대로 단연 1위다. 이어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등 국산차 업체가 모두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러나 판매액으로 환산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현대차그룹을 제외하면 2위 BMW(5308억원), 3위 한국GM(5081억원), 4위 폴크스바겐그룹(4486억원), 5위 르노삼성(4154억원), 6위 벤츠(3472억원) 순으로 외국차 업체가 선두권에 대거 포진했다. 독일 수입차 업체들의 판매액이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국내 완성차 업체보다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또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국내 완성차 3사(한국GM·르노삼성·쌍용차)의 1분기 판매액(1조2031억원)은 수입차 판매액 총계(1조7818억원)에 못 미친다. 1분기 판매액은 각 회사가 판매한 차량의 모델별 가격에 본지 자동차팀이 판매 대수를 곱해 산출한 것이다.

수입차의 매출액 역전은 지난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BMW코리아의 지난해 공식 매출은 1조4732억원으로 같은 기간 한국GM 국내 매출의 71% 수준이었지만 BMW의 자체 할부금융사인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의 매출까지 합치면 1조9684억원으로, 한국GM 매출과 거의 비슷했다. 지난해 BMW·벤츠·아우디폴크스바겐 등 '독일차 3인방'은 모두 매출 1조원을 넘었다.

◇수입차, 국내 대형차 시장 장악해

고급차 시장에서는 수입차가 국산차를 지난해부터 넘어섰다. 현대차 자료에 따르면, 작년 차값 5000만원 이상의 국내 고급차 시장은 수입차가 6만대, 국산차가 4만9000대로 지난해 처음으로 수입차가 고급 시장에서 국산차 판매 대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한국 내수 예상규모는 세계 12위(158만대). 5000만원 이상 고급차 시장은 12만대로 세계 5위권이다. BMW코리아 주양예 이사는 "한국은 BMW 7시리즈 지역별 판매순위가 중국·미국·독일에 이어 4위일 만큼, 매우 중요한 국가"라고 말했다.

따라서 전 세계 고급차 업체들이 한국 자동차 시장 장악을 위해 공격적인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계 국내 영업 임원은 "수입차 공세로 고급차를 많이 팔아 수익을 높이는 현대차 전략이 송두리째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5000만원 이상 수입차 판매는 2008년 2만9000대에서 작년 6만대로 3년 만에 207% 증가했다. 또 수입차 열풍이 20~30대를 타깃으로 한 중소형차 시장까지 확산되면서, 국산차 점유율이 수입차에 차근차근 잠식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현대차는 내수 방어를 위해 올해부터 '모던 프리미엄'이라는 고급화 브랜드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가격·성능·브랜드 가치 등 본질적인 구매가치에서 수입차에 밀린다면 시장점유율은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BMR컨설팅 이성신 대표는 "이제 우리 자동차 소비자들도 국산차를 수입차와 냉정하게 비교하고 있다"며 "제품력·경제성·서비스 면에서 압도적인 매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