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리그렛… 첫사랑 향해 뛰는 남자… 미련일까, 욕망일까

매튜(이브 아딸)는 허겁지겁 뛴다. 아름답고 능력 있는 아내와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며 살아가던 그는 15년 전에 헤어진 연인 마야(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스키)를 만나기 위해 뛴다.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고, 의뢰인과의 약속도 어긴 채 뛴다. 이때 나오는 음악은 '당신은 어디로 뛰어가느냐'는 가사로 시작하는 니나 시몬의 '시너맨'(죄인). 이 노래 가사처럼 '죄인' 매튜는 '악마'와도 같은 격정 속으로 뛰어든다.

프랑스 감독 세드릭 칸의 '리그렛'(19일 개봉·청소년 관람 불가)은 불륜을 다룬, 통속적인 멜로드라마다. 남부러울 것 없이 성실하게 살아가던 매튜는 마야를 잊지 못해 결국 광기에 가까운 집착을 보여준다. 그는 파국이 뻔히 보이는, 이해할 수 없는 관계에 왜 스스로 뛰어들어 갔을까.

칸 감독은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 질문에 대해 "그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으로 직업·결혼·경력 등에서 일정한 규칙에 따라 자신의 삶을 쌓아왔다. 하지만 젊은 시절에는 그가 지금은 감히 할 수 없는 것, 즉 모험을 즐기며 광기를 표현했던 적도 있다. 15년 만에 마야를 만나면서 자신이 잊고 있었던 자유로운 모습에 대한 기억을 되살렸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영화 제목은 '리그렛', 곧 후회다. 그러나 15년 만에 다시 만난 이들이 격정적 관계를 갖는 것은 단순히 '과거에 대한 후회' 때문일까. 그 후회의 실체는 사랑이 아니라 욕망인 건 아닐까. 칸 감독은 "육체와 정신의 싸움이자 욕망과 이성의 싸움이다. 이 싸움에서 누가 이기는지는, 결과는 영화에서 보이는 대로다"라고 했다.

영화가 뻔한 통속 멜로가 되지 않은 데는, 음악이 큰 몫을 한다. 니나 시몬의 노래는 물론, 필립 글래스가 작곡한 음악은 주인공들의 감정의 진폭을 따라 흐른다. 칸 감독은 음악에 대해 "반복되는 리듬에 집요하게 휘몰아치는 멜로디, 그리고 열정적이고 마법에 걸린 듯 저항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음악은 주인공들의 심리와 너무도 똑같다"고 했다. "때론 격정과 사랑 사이에서 혼란스러울 때도 있을 것입니다.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이 둘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포인트]

#대사 “남는 건 후회밖에 없어요.”(매튜가 남편과 칠레로 떠나려는 마야에게 “후회하지 않을 거야?”라고 묻자, 마야의 대답)

#장면 불륜을 끝내고서 다른 삶을 살아가던 마야와 매튜가 재회하는 마지막 장면. 이들의 미래는 관객 몫이다.

#이런 분들 보세요 한국영화 ‘건축학개론’이 밋밋하게 느껴진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