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고래… 울산에 '고래의 계절'이 돌아왔다

"와~ 고래다!"

뱃머리 앞쪽에서 돌고래 4~5마리가 바다 위로 솟구쳤다. 승객들이 우루루 몰렸다. 곧 이어 "저기도 고래다!"라는 탄성이 터졌다. 배 옆구리쪽이었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15일 오후 3시 20분쯤 처음 모습을 드러낸 고래떼는 약 20분간 고래탐사선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주하듯 물살을 가르며 달렸다. 갑판에선 승객들의 환호성과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가 뒤섞였다.

울산에 '고래의 계절'이 돌아왔다. 울산 앞바다에 고래떼가 모여들고 고래탐사선도 떴다. 이달 말엔 울산 곳곳에서 고래축제가 펼쳐진다. 전국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운 울산만의 진풍경이다. 지난 일요일 고래가 출몰한 곳은 울산 방어진 앞바다 울기등대 동쪽 7.8마일(12.5㎞) 해상. 해마다 이맘때쯤부터 고래 출몰이 잦은 장소다. 봄 기운에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먹잇감인 멸치나 고등어떼를 쫓아 고래떼가 몰려들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돌고래떼이고 가끔 밍크고래도 눈에 띈다. 이날 만난 것도 참돌고래떼였다. 고래탐사선 관계자는 "600마리 정도였다"고 추정했다.

올 들어 지난 1일 첫 출항했던 고래탐사선 '고래바다여행선'(262t급·승선인원 139명)은 다섯 번째 항해인 이날 마침내 돌고래떼와 마주쳤다. 작년 전체 출항 횟수 대비 고래발견율 9.6%에 비하면 빠른 편이다. 이날 오후 2시 남구 장생포항을 출항한 이 배에는 대구지역 단체 승객 등 76명이 탑승해 고래떼와 조우하는 행운을 누렸다. 국내 유일한 고래탐사선인 고래바다여행선은 2009년 7월 첫 운항 이후 해마다 4~10월 매주 토·일요일 각 1회씩과 특별운항 등 총 90회가량 탐사에 나선다. 2010년엔 고래발견율이 28.4%로 가장 높았다.

고래 출몰에 때맞춰 '고래의 고장'을 도시 브랜드로 내세우고 있는 울산 남구는 고래 띄우기에 골몰하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한 '장생포 고래문화특구'를 홍보하기 위해서다. 남구는 최근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 새 둥지를 튼 큰돌고래 두 마리를 각각 '장누리'와 '장두리'로 이름 짓고 명예주민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22일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 다이지(太地) 고래박물관에서 들여 온 다섯 살과 두 살짜리 암컷이다. 남구는 홍보효과를 높이기 위해 이들을 위한 고래주민등록등본을 만들고 주민번호도 부여했다. 주소지는 '울산 남구 매암동 139-29번지(고래생태체험관)'이고, 주민번호는 '장누리(120322-4850305)'와 '장두리(120322-4850302)'이다.

남구 장생포 민원출장소는 시민이 신청하면 무료로 고래주민등록등본을 발급해준다. 고래주민등록등본은 일반 시민의 주민등록등본과 똑같이 생겼다. 등본 위쪽에 푸른색 고래캐릭터가 새겨져 있고, 바탕에 고래사진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는 점만 일반 등본과 다르다. 울산의 고래 명예시민은 지난 2009년 10월 같은 번지에 세 마리가 처음 전입한 데 이어 모두 5마리로 늘어났다. 현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보조풀장(면적 480㎡)에서 적응 훈련을 받고 있는 장누리·두리는 올 연말쯤 고래생태체험관의 돌고래 공연에 투입될 예정이다.

울산 남구는 오는 26~29일 예정인 울산고래축제 준비에도 한창이다. 태화강과 장생포 일원에서 펼쳐지는 이 축제는 총 37개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다. '고래주제 전시관' '술고래' '고래마당극' '고래오딧세이' '고래배 경주대회' 등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울산 앞바다를 헤엄치는 고래를 소재로 한 3D 콘텐츠도 제작한다. '레이싱 고래 앤디'를 주인공으로 한 3D 컴퓨터 그래픽 작품이다. 남구는 이를 위해 문화관광부로부터 제작지원비 3억6000만원을 확보했다.

최지영 남구 고래담당은 "3D 콘텐츠는 내년 9월쯤 제작을 완료해 상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시용 3D가상현실(VR)과 웹서비스용 콘텐츠로도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