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매운 빨간국물로 승부… 라면전쟁 2라운드

라면 업계의 국물 전쟁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이번엔 다시 빨간국물로 돌아왔다. 대신, 업체들은 기존 제품과 차별화를 위해 국물맛을 한층 맵게 한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앞다퉈 매운 국물맛 라면 출시

농심은 17일 청양고추보다 2~3배 매운 '하늘초 고추'를 넣어 톡 쏘는 매운맛을 낸 '진짜진짜' 라면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신라면의 뒤를 이을 차세대 대표 라면"이라는 게 농심 측의 설명이다.

지난 3월에는 팔도가 마늘을 핵심 재료로 해 매운맛을 강조한 '남자라면'을 내놨다. 삼양식품도 지난 16일 매운맛의 '불닭볶음면'을 출시했다.

라면 업체들이 올 들어 앞다퉈 빨간국물 신제품을 내놓은 것은 하얀국물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팔도가 하얀국물 라면인 꼬꼬면을 출시해 큰 인기를 얻었다. 출시 직후 월 900만개였던 판매량이 3개월 만에 2700만개로 급증했다. 그러자 경쟁업체들이 일제히 하얀국물 전쟁에 돌입했다. 삼양이 '나가사키짬뽕', 농심이 '후루룩칼국수', 오뚜기가 '기스면'을 내놨다. 4종의 하얀국물 라면은 한때 전체 라면시장 점유율 20%를 넘기는 이변을 만들기도 했다.

◇한물간 하얀국물 시대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하얀국물 열풍이 시들해져, 대표상품인 꼬꼬면 판매량이 2011년 12월 2300만 개에서 올해 2월 1400만 개로 급감했다. 후발주자였던 '나가사키짬뽕'도 한때 월 2400만개 판매에서 지난달엔 월 2100만개로 줄었다. 그러자 삼양라면은 지난 3월 갈색 국물의 '돈라면'을 출시해 한 달 만에 400만개를 판매했다. 삼양 측은 "하얀국물 열풍이 휩쓸고 간 지 얼마 안 돼 우려했지만 (돈라면이) 예상보다 잘 팔렸다"고 평가했다.

하얀국물 시대가 지나가자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빨간국물 신제품을 출시했다.

농심은 이미 지난해 4월 매운맛의 '신라면블랙'을 출시해 빨간국물 전쟁을 선언했었다. 이 제품은 고가 논란에 휩싸이면서 국내 생산이 중단됐지만 해외에서는 큰 인기를 얻으며 불과 5개월 만에 540만개(약 91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미국·중국·일본·독일·러시아 등 10개국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미국에서 400만개, 중국 60만개, 일본 80만개가 팔렸다.

농심이 '신라면블랙'으로 '빨간국물' 열풍을 일으켜 '하얀국물'면을 잠재우려던 당초 시도는 좌절됐지만, 해외에서의 놀랄 만한 성공에 힘입어 신제품 '진짜진짜'를 내놨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신라면' 아성에 도전한 라면들은 줄줄이 실패

현재 라면시장 점유율 1위는 농심 신라면(25%)이다. 연평균 8억 봉지가 팔리고 있으며 연간 매출도 5000억원에 달한다. 농심은 '진짜진짜'를 통해 '부동의 1위'인 신라면의 점유율을 지키면서, 하얀국물·갈색국물의 도전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전략이다.

매운맛 빨간면이 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는 여전히 관심사다. 1990년대 중반에도 '신라면'의 아성에 도전하기 위해 업체들이 매운라면을 줄줄이 출시했지만 완패한 경험이 있다. 1996년 오뚜기의 '열라면', 1997년 삼양의 '핫라면', 한국야쿠르트의 '쇼킹면'이 그 예다. 이후 빙그레의 '매운콩라면'(1998년), 삼양의 '쇠고기맵다면'(1999년) 등이 도전장을 냈으나 모두 빛을 보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업계의 빨간국물 전쟁은 하얀국물 열풍을 잠재우기 위한 시도"라면서 "다시 한동안은 붉은색 라면의 시대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