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커진 사모펀드… '재벌(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로 지정될 뻔
입력 : 2012.04.18 03:05
국내 최대 MBK파트너스, 공정위 대기업집단 지정 논의… 금융위에서 반대해 철회
7년 만에 191개 34조원 규모… 투자하는 기업만 263개 달해
"선진국 비하면 걸음마 단계… 덩치 더 키워야" 반응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를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금융위원회의 반대로 철회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흔히 '재벌'을 의미하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혹은 대규모 기업집단)은 계열사 자산 총액이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 중에서 공정위가 지정하는데, 올해는 지난 12일 63개 기업집단을 지정했다. MBK파트너스는 결국 지정되지 않았지만, 논의됐다는 사실만 해도 국내 사모펀드가 어느새 '재벌'과 어깨를 견줄 정도의 위상이 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금융계는 의미를 부여한다.
◇사모펀드도 덩치 크면 '재벌'?
MBK파트너스는 현재 수도권 최대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씨앤엠을 비롯해 HK저축은행, 한미캐피탈, KT렌탈(옛 금호렌터카), 일본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10여개 기업의 대주주이다.
공정위는 MBK파트너스의 투자 기업을 계열사로 볼 경우 총 자산이 5조원에 이르기 때문에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지정할지 여부를 검토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사모펀드가 투자한 기업을 계열사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 금융위는 "사모펀드 투자기업들이 서로 연계된 경영 활동을 한다고 보기 어렵고, 보통 3~4년만 지분을 소유했다가 매각하기 때문에 기업을 영속적으로 소유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공정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또 공정위가 MBK파트너스의 자산을 계산한 방식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보통 사모펀드는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기업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을 취하는데, 이때 공정위는 MBK파트너스의 SPC들과 이 SPC가 투자한 기업들의 자산을 모두 더해 5조원이 넘는다고 계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금융위는 SPC의 자산과 SPC가 사들인 기업의 자산을 더할 경우 중복계산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고객들로부터 투자를 약정받은 자금(투자 약정금)은 2조8000억원 정도다.
흔히 '재벌'을 의미하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혹은 대규모 기업집단)은 계열사 자산 총액이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 중에서 공정위가 지정하는데, 올해는 지난 12일 63개 기업집단을 지정했다. MBK파트너스는 결국 지정되지 않았지만, 논의됐다는 사실만 해도 국내 사모펀드가 어느새 '재벌'과 어깨를 견줄 정도의 위상이 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금융계는 의미를 부여한다.
◇사모펀드도 덩치 크면 '재벌'?
MBK파트너스는 현재 수도권 최대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씨앤엠을 비롯해 HK저축은행, 한미캐피탈, KT렌탈(옛 금호렌터카), 일본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10여개 기업의 대주주이다.
공정위는 MBK파트너스의 투자 기업을 계열사로 볼 경우 총 자산이 5조원에 이르기 때문에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지정할지 여부를 검토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사모펀드가 투자한 기업을 계열사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 금융위는 "사모펀드 투자기업들이 서로 연계된 경영 활동을 한다고 보기 어렵고, 보통 3~4년만 지분을 소유했다가 매각하기 때문에 기업을 영속적으로 소유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공정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또 공정위가 MBK파트너스의 자산을 계산한 방식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보통 사모펀드는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기업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을 취하는데, 이때 공정위는 MBK파트너스의 SPC들과 이 SPC가 투자한 기업들의 자산을 모두 더해 5조원이 넘는다고 계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금융위는 SPC의 자산과 SPC가 사들인 기업의 자산을 더할 경우 중복계산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고객들로부터 투자를 약정받은 자금(투자 약정금)은 2조8000억원 정도다.
◇사모펀드 15개에서 191개로 급성장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법이 개정되면서 국내에 첫선을 보인 사모펀드는 2005년 15개로 출발했다가 2009년 100개를 넘었고, 지난 3월 현재 191개로 크게 늘었다. 총 투자자산 규모는 34조원에 이르며, 투자한 기업 수는 2010년 말 기준으로 263개에 이른다. 이렇게 급성장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많은 기업이 매물로 등장하면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큰 장이 섰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현재 보고펀드가 동양생명·비씨카드·아이리버 등의 대주주이며, 신생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는 1년 만에 1조원 가까운 투자금을 끌어모으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IMM과 H&Q도 다양한 업종의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미래에셋PEF의 경우 지난해 세계적인 골프공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미국의 골프용품 기업 어큐시네트를 인수해 눈길을 끌었다. 우리금융지주 매각 때도 사모펀드 세 곳이 인수 의사를 표시, '큰손'으로서 면모를 과시한 바 있다.
민유성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티스톤파트너스),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보고펀드),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스카이레이크),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사위 김병주씨(MBK파트너스) 등 사모펀드 대표들은 저마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선진국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
사모펀드가 이렇게 비약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공정위의 견제를 받아야 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지는 않다는 게 금융가 일반의 시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내 사모펀드는 아직도 키워야 할 단계이지, 커졌다고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의 경우 1662억달러(약 189조원)의 자산을 굴리고 있고, 블랙스톤이 투자해 대주주가 된 기업들의 임직원 수는 69만7000명에 달한다. 국내 사모펀드들은 이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사모펀드 산업이 커지려면 기업 매물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오너 경영 체제가 뚜렷해 부실기업이 아니면 좀처럼 매물로 나오지 않는다(임형준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또 국내 A사모펀드 대표는 “외국에는 없는 갖가지 투자 규제가 있어 활동 폭이 좁다”고 말했다. 일례로 국내 사모펀드는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때 최고 15% 수준의 배당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국내에 투자한 해외 사모펀드는 이런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토종이 역차별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내 사모펀드들이 더 몸집을 키우기 위해서는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국내 사모펀드들이 투자한 263개사 중 국내 기업은 90%인 238개사에 달한다. 김성태 산업은행 PE센터장은 “사모펀드가 해외에 진출하려면 자금 조달 능력을 더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사모(私募)펀드
일반 대중의 돈을 공개 모집해 운용하는 공모(公募) 펀드와 달리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돈을 받아 굴리는 펀드. 주로 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의 지분을 사들였다가 기업 가치가 오르면 지분을 되팔아서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을 쓴다. ‘사인(私人) 간의 계약’ 형태를 띠고 있어 규제를 덜 받고 투자금을 자유롭게 운용하는 특징이 있다.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법이 개정되면서 국내에 첫선을 보인 사모펀드는 2005년 15개로 출발했다가 2009년 100개를 넘었고, 지난 3월 현재 191개로 크게 늘었다. 총 투자자산 규모는 34조원에 이르며, 투자한 기업 수는 2010년 말 기준으로 263개에 이른다. 이렇게 급성장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많은 기업이 매물로 등장하면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큰 장이 섰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현재 보고펀드가 동양생명·비씨카드·아이리버 등의 대주주이며, 신생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는 1년 만에 1조원 가까운 투자금을 끌어모으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IMM과 H&Q도 다양한 업종의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미래에셋PEF의 경우 지난해 세계적인 골프공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미국의 골프용품 기업 어큐시네트를 인수해 눈길을 끌었다. 우리금융지주 매각 때도 사모펀드 세 곳이 인수 의사를 표시, '큰손'으로서 면모를 과시한 바 있다.
민유성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티스톤파트너스),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보고펀드),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스카이레이크),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사위 김병주씨(MBK파트너스) 등 사모펀드 대표들은 저마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선진국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
사모펀드가 이렇게 비약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공정위의 견제를 받아야 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지는 않다는 게 금융가 일반의 시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내 사모펀드는 아직도 키워야 할 단계이지, 커졌다고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의 경우 1662억달러(약 189조원)의 자산을 굴리고 있고, 블랙스톤이 투자해 대주주가 된 기업들의 임직원 수는 69만7000명에 달한다. 국내 사모펀드들은 이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사모펀드 산업이 커지려면 기업 매물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오너 경영 체제가 뚜렷해 부실기업이 아니면 좀처럼 매물로 나오지 않는다(임형준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또 국내 A사모펀드 대표는 “외국에는 없는 갖가지 투자 규제가 있어 활동 폭이 좁다”고 말했다. 일례로 국내 사모펀드는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때 최고 15% 수준의 배당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국내에 투자한 해외 사모펀드는 이런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토종이 역차별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내 사모펀드들이 더 몸집을 키우기 위해서는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국내 사모펀드들이 투자한 263개사 중 국내 기업은 90%인 238개사에 달한다. 김성태 산업은행 PE센터장은 “사모펀드가 해외에 진출하려면 자금 조달 능력을 더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사모(私募)펀드
일반 대중의 돈을 공개 모집해 운용하는 공모(公募) 펀드와 달리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돈을 받아 굴리는 펀드. 주로 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의 지분을 사들였다가 기업 가치가 오르면 지분을 되팔아서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을 쓴다. ‘사인(私人) 간의 계약’ 형태를 띠고 있어 규제를 덜 받고 투자금을 자유롭게 운용하는 특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