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갈맷길에 봄바람 살랑~ 산보 인파 넘실~~

봄이다. 유채꽃, 벚꽃, 진달래…. 꽃이 흐드러진다. 노랑, 분홍, 빨강이 마음에 '자연 빛'을 드리운다. 따뜻한 햇살에 바람이 살랑댄다. 그 속에서 걷는다.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옷에 신발에 혹은 가방에 코끼리, 새, 갈고리, 영어 글자 등등이 없어도 된다. 버스나 지하철비에 요깃거리 값 정도만 챙기면 된다. 단, 시간은 필요하다. 손잡고 혹은 얘기 나눌 동행이 있다면 '비단 위에 꽃'이다.

잘 익은, 활짝 핀 봄을 맞아 부산 '갈맷길'이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겨우내 칼바람, 찬기운에 움츠렸던 사람들이 꽃, 신록, 자연을 만나러 '갈맷길 투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오후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갈맷길 6코스-1구간에 속하는 이 공원엔 '노~란' 유채꽃이 만발했다. "와~정말 예쁘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나온 나들이객들이 탄성을 질렀다.

이날 이곳을 찾은 '갈맷길 투어객'은 대략 3000~4000여명에 이른다. 송종홍 부산시 그린환경지원담당은 "일반 행락객과 섞여 정확히 산출하기 힘들지만 요즘 주말엔 대략 겨울의 2~3배쯤 되는 '갈맷길 마니아'들이 투어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갈맷길 9개 코스가 비슷하다. 해운대 삼포길(2코스)과 금정구 회동수원지길(8코스) 2000~3000여명, 남구 이기대길(2코스) 1500~2000여명, 송도 볼레길(4코스) 2500~3500여명….

'갈맷길'은 부산의 상징인 '갈매기+길'의 합성어. '갈매기의 길'이란 뜻이다. '갈매기'에서 알 수 있듯 바다, 해안과 관련된 길이 많다. 높이 나는 갈매기가 멀리 보듯 대개 조망이 끝내준다. 부산은 바다, 산, 강이 어우러지는 삼포지향(三包之鄕). 그런 만큼 '갈맷길'은 산이나 강도 품고 있다. 눈으로 즐길 수 있는 '호사'가 다양하다는 얘기다. 갈맷길은 모두 263.8㎞. 그래서 '갈맷길 700리'라 부른다.〈표 참조〉

갈맷길은 부산의 동쪽 끝인 기장군 임랑해수욕장에서 해안을 따라 서쪽 끝인 가덕도 대항리까지 이어진다. 해안 코스(1~5코스)다. 끊어짐 없이 걸어서 죽 갈 수 있다. 해안을 따라 부산을 횡단하는 셈이다. 내륙(9, 7~6코스)도 있다. 기장군청에서 금정구 회동수원지~금정산~백양산~낙동강 제방~낙동강 하구둑으로 연결된다. 산과 강을 이용한 횡단코스다. 8코스는 금정구 회동수원지 쪽 상현마을에서 수영강을 타고 세로 방향으로 내려와 APEC나루공원까지 닿는다.

이 길에 콘크리트빛 도시 생활에 지친 눈을 시원하게 씻어주는 '풍광'은 기본. 낙동강 유채와 벚꽃, 금정산 진달래, 햇빛에 일렁이는 파도와 부서져 안개처럼 바람에 흩날리는 포말, 기암괴석이 빚는 수묵화…. 신령스러운 거북이가 대해를 바라보는 '영구망해(靈龜望海)'의 동백섬, 지금의 부산을 있게 한 '부산항', 한국 유일의 헌 책방골목인 '보수동 책방골목', '깡통시장', '가덕도 척화비'…. 수많은 사연과 이야기도 송글송글하다.

2년 전 탄생한 '갈맷길'이 자리를 잡으면서 '걷기 동호회'도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포털 다음 카페에 갈매스(galmaes), 도보부산(walkbusan), 느림보(neurimbo), bm5060 등의 걷기 모임이 결성돼 운영되고 있다. 이 모임들은 정기적으로 갈맷길 투어에 나서거나 이야기·사진 등을 올리고 공유하고 있다.

이처럼 갈맷길이 인기를 끌자 부산시도 나서 다채로운 서비스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부산시는 최근 항공사진을 이용해 '갈맷길 700리' 구석구석을 빠짐없이 담아낸 지도 2만5000세트를 제작해 주요 호텔, 시·구·군 민원 안내데스크에 배포하고 있다. 이 지도는 1코스와 전체, 그리고 2~3, 4~5, 6~7, 8~9코스의 항공지도에다 코스별 지역 명소 소개, 도시철도·버스 등 교통편, 화장실 등 편의시설은 물론 코스별 거리, 소요시간, 경사 분석도 등을 표시, 갈맷길 이용자들이 본인의 체력조건에 맞는 걷기 코스와 구간을 골라 투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코스별 지역축제 현황, 맛집, 숙박업소 등의 정보도 담았다.

부산시는 이에 앞서 지난 2월 갈맷길 노선을 조정(21개 코스→9개 코스), 단절 구간을 없앴다. 또 5억원을 들여 지도·종합안내판·이정표 등 2만8000여점의 안내시설에 대한 설치 및 정비를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갈맷길을 지역의 대표적 관광상품으로 변신시키기 위한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갈맷길 코스 안에 있는 명소를 활용한 템플스테이·섬투어·미나리수확 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온 시민이 갈맷길을 즐기는 '갈맷길 축제'를 열고, 여행자 수첩과 확인 스탬프를 배치해 이용자들이 재미와 추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아이디어를 구상 중이다.

조성호 부산시 행정자치국장은 "부산의 '갈맷길'이 올레길, 둘레길 등 다른 지역의 도보여행로를 앞지르는 최고의 명품길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갈맷길'은 웰빙 시대에 부산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촉매제이자 전국의 마니아들을 불러 모으는 새로운 지역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