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役은 로또 대박 사나이… 나라면? 10% 남기고 다 환원"

임창정(39). 노래와 연기는 물론 입담까지 뛰어난 '만능엔터테이너'의 사례로 그만큼 자주 거론되는 연예인도 드물다. 그동안 주로 스크린을 누벼왔던 임창정이 20여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온다. '고봉실 아줌마 구하기' 후속으로 21일 저녁 6시 50분 첫 방송 되는 TV조선 20부작 주말드라마 '지운수대통'의 주인공 '지운수'역이다. 평범한 샐러리맨 지운수가 뜻하지 않게 로또 1등에 당첨되면서 벌어지는 갖가지 해프닝과 인생 사연을 그리는 코미디물이다. '가수 임창정'으로서 드라마 OST에도 참여한다. 15일 경기도 용인 촬영장에서 만난 임창정은 "큐 사인을 줘야 할 연출자가 웃음보를 터뜨려 NG를 내는 바람에 다른 스태프들로부터 눈총을 받았을 정도로 재미있다"고 했다.

―오랜만의 드라마 출연이다.

"'여명의 눈동자(1991년)' '해뜰날(1992년)' 이후 정통 드라마로는 처음이다. 현장에서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는 영화촬영에 비해 드라마 촬영은 쉴 새 없이 하다 보니 지루하지도 않고 화끈하게 운동하는 느낌이다."

―술 취한 채 옷장에 소변을 보거나 팬티 바람으로 길거리에서 뒹구는 등 코믹 장면이 많다. 시사회에서 '임창정이 아니면 저렇게 능청맞게 잘할 수 있을까'하는 평도 나왔는데.

"완전 자신 있었다. 내가 연기해온 게 주로 망가지는 캐릭터들이었으니까. 대본 읽고 '하던 대로 즐겁게 놀자'며 자신감을 가졌다. 올여름 개봉할 두 영화에서 180도 연기변신하면서 '코믹한 역만 되풀이한다'는 부담감을 없앤 것도, 지운수 역에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영화 신작 '공모자들'에서는 비열한 장기매매 조직원 역할을, '창수'에서는 한 여자만 지고지순하게 사랑하는 순수남 역을 맡았다. 대변신을 기대해달라."

―로또 1등 당첨, 소시민이라면 누구나 해봤을 법한 즐거운 상상이다.

"그게 장점이다. 단순히 웃기는 게 아니라, 모두가 한 번쯤 '내 얘기일 수도 있겠네. 나라면 어떨까'라며 공감·몰입될 수 있는 얘기다. 사극이나 판타지처럼 다른 세상 이야기 같은 요즘 드라마들과는 달리 리얼리티라는 장점이 있다. 갑자기 찾아온 행운으로 평생 즐길 것인지, 열심히 살면서 쌓은 덕으로 행운을 만들어 나갈지, 둘 중에 무엇이 진짜 행운인지를 시청자들과 함께 찾을 것이다."

―조연진과 카메오 면면도 화려하다.

"극 중 아내로 나오는 서영희씨와는 2005년 영화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 호흡을 맞췄다. 조폭 출신 복권업자로 나오는 이문식 선배님과도 '행복한 장의사'에서 함께했다. 카메오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DJ DOC의 이하늘씨는 도둑, 김창렬씨는 택시기사, 정재용씨는 골프샵 점원으로 나온다. 섭외하기 위해 콘서트 때마다 찾아가면서 품앗이했다.(웃음) '공모자들'에 함께 출연한 최다니엘씨도 은행 직원으로 깜짝 출연한다."

―마흔을 코앞에 둔 세 아이의 아버지다.

"한창 바쁠 땐 하루도 쉬지 못하고 매일 스케줄을 열두 개씩 소화했다. 가요프로 1위 한 뒤 예능 프로 찍고, 중간 중간에 영화 촬영장 다녀오고…. 20대엔 나이 든다는 데 조바심이 컸다. '지금이 재밌고, 30~40대 되면 재미없을 것 같다'는 생각. 하지만 나이 먹어도 세상은 여전히 재밌더라. 쉬는 날이면 세 아들(7살·5살·2살)과 야구도 하고 레고도 조립한다. 요즘은 내가 열심히 일터를 지키며 가족들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생각에 행복하다."

―나이가 들면서 팬들로부터도 점차 잊히리라는 불안감 같은 건 없나.

"전혀. (여성팬들이 내지르는) '꺄악' 소리가 없어질 때 난 진작 잊혀졌다.(웃음) 나는 직업이 배우이고, 가수인 사람일 뿐 '인기인'이 직업은 아니다. 쉰, 예순이 돼 더욱 잊히더라도 변함없이 연기·노래할 수 있다면 행복한 거지.

―가수와 배우 타이틀 중 어떤 것이 먼저인가.

(한참 고민한 뒤 웃으며) "광대라고 해달라."

―극 중 지운수처럼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다 사회에 환원해야지. (멈칫) 아니다. 당첨금 10% 정도는 남겨야겠다. 상금이 얼마가 됐든, 10%는 남겨서 우리 가족들이랑 맛있는 거 먹으러 다녀야겠다. 10억원이면 1억원, 100억원이면 10억원… 그 정돈 괜찮지 않을까,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