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상암DMC 랜드마크 빌딩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의 랜드마크 빌딩 사업부지. 고층 아파트와 IT·미디어 기업들 사이로 보라색 펜스가 설치된 넓은 땅이 나왔다. 상암동 DMC 개발 사업을 상징하는 최대 프로젝트인 133층짜리 초고층 빌딩 건립부지다.

2009년 사업계획 발표와 달리 이곳은 여전히 빈 땅으로 남아 있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랜드마크 빌딩 개발이 좌초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DMC 랜드마크 타워는 총 사업비 3조3263억원을 들여 두바이의 부르즈칼리파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높이 640m)으로 건립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극도로 위축되면서 건물 대부분을 오피스와 호텔로 채우면 입주 후 공실(空室)이 대거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사업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사업자인 서울라이트는 '당초 계획대로 지으면 1조원대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사업계획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라이트는 이달 초 건물 높이를 133층에서 70층으로 낮추는 동시에 아파트 비율을 20%에서 30%로 높이고 오피스 일부를 업무용 오피스텔로 전환하겠다는 수정 계획안을 내놓았다. 서울라이트 관계자는 "지상 70층 이하 건물의 건축비는 3.3㎡당 600만원 정도이지만 70층 이상은 특수 철근·콘크리트로 인해 900만~1000만원으로 올라간다"고 말했다.

서울라이트가 지난해부터 사업계획 변경을 세 번 요청했지만 사업 발주처이자 인·허가권자인 서울시는 "원래 계획대로 하라"며 번번이 불가 통보를 내렸다.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빌딩을 짓겠다는 당초 사업 취지와 맞지 않고 주거비율을 높이면 특혜 시비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울시는 일단 착공시한을 5월 말로 늦추고 계획 변경 협의에 나섰지만, 양측의 의견차가 워낙 커 앞날이 불투명한 상태다.

최근 좌초 위기에 놓였던 용산역세권개발·알파돔시티 등 민관 개발사업은 공공기관과 민간 사업자의 양보와 노력으로 회생의 기틀을 마련했다. 상암동 랜드마크 사업도 서울시가 인·허가를 지원하고 사업자가 자금조달과 개발을 맡는 민관합동 개발방식이다.

건설업계는 서울시가 원칙만 고집할 게 아니라 사업 정상화에 필요한 행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랜드마크 빌딩 사업이 무산되면 상암DMC의 전체 개발 계획이 타격을 입는다"며 "랜드마크 빌딩의 층수·주거비율뿐 아니라 사업 자체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