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役 찾던 감독, 눈이 요물이라며 저를 택했대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휴학 중인 김고은은 교내 무대나 학생 영화에만 출연했을 뿐 개봉 영화나 TV에선 단역조차 한 적이 없다. '은교' 오디션이 있는 줄도 몰랐던 그는 지난해 우연히 영화계에서 일하는 학교 선배를 통해 정 감독을 만났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오디션을 봤죠. 감독님은 제가 나이에 비해 자기 중심이 단단하고 호기심에 찬 눈을 갖고 있어서 맘에 들었대요. 나중엔 '눈이 요물'이라고 하셨지만.(웃음)"

원작이나 영화 속 '은교'는 매우 평범하지만 비범한 면모를 보이기도 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듯하면서 모든 걸 이해하는 것 같은 10대 소녀다. 김고은은 '은교'라는 인물에 대해 "칠십 평생을 목석 같이 살아온 남자의 마음을 뺏은 매력은 시각적으로 완벽한 외모가 아닐 것이다. 은교는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고 그 결과에 대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순수함을 갖고 있으면서도 어른스럽다. 아픔과 외로움도 있는 아이라 연기할 때 내내 그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픔을 느꼈다"고 했다.

"가정에서 사랑을 못 받아 사랑이 필요한 아이예요. 할아버지(이적요)가 주는 사랑을 바라고, 그가 주는 사랑에 집착하죠. 은교가 할아버지에게서 느낀 건 이성 간의 감정이라기보다는 나를 사랑해주고 예쁘게 바라봐주는 사람에 대해 느끼는 감정에 가까워요."

영화는 개봉 전부터 노출 장면으로 화제를 모았다. 실제로 영화에선 은교가 이적요, 그의 제자 서지우(김무열)와 각각 한 번씩 관계를 나누는 장면이 꽤나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김고은은 "그 장면을 찍기 며칠 전부터 굉장히 불안정하고 신경이 많이 쓰였다"고 했다. "촬영 전까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혼자 부끄러워했어요. 그런데 막상 찍을 때는 사람과 사람이 가장 가까워진 느낌이었어요. 상대방만 보이고, 주위는 안 보여서 부끄럽단 생각은 안 들 정도로."

네 살 때부터 10년간 중국에서 살았던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쯤 첸카이커 감독의 '투게더'를 여러 번 봤고 볼 때마다 울었다. 그때부터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려고 계원예고에 들어갔는데 우연히 연극무대에 서게 됐다"고 했다. "처음 무대에 섰을 땐 너무 떨려서 '이걸 평생 하면 정말 힘들겠다' 싶었죠. 두 번째 무대에 섰을 때부터 날개를 단 것처럼 날아갈 것 같더니 막이 내려간 뒤에도 무대에서 내려가기 싫어졌어요. 그때 그 감정을 붙잡고 싶어서 계속 연기하는 거예요. 앞뒤 재지 않고, 제 마음 닿는 대로 하는 건 은교랑 비슷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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