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비친 '신문화의 탄생'] [31] 실내 스포츠, 시작은 '써커스'였다

"시내 종로 YMCA 주최의 제4회 '써커스'대회는 내(來) 30·31일 양일간 오후 7시부터 그 회관 실내운동장에서 연다는 데, 경기 종목은 여하(如下)하며 더욱이 관례의 대서양인(對西洋人) '빠스켓뽈'도 잇다는 데…. 유도 권투(박싱) 철봉(호센트바) 목마(호스) 조환(플라이링) 인도봉(인데안 클럽) '피라밋트' '텀부링' '빠스켓볼', 우슴거리."(1925년 1월 14일자)

조선일보 '운동경기'란에 실린 겨울철 실내 스포츠 대회 예고 기사다. 유도나 권투, '빠스켓볼' 외엔 모두 체조 종목이거나 묘기였고, 여흥으로 '우슴거리'를 끼워 넣었다. 묘기를 보여주고 관람료(아래층 1원, 위층 50전)까지 받았으니 '써커스' 대회라 할 만했다.

경기 당일날 기사에선 '제4회'가 '제9회'로, '써커스' 대회가 '써커스(실내운동)' 대회로 횟수와 명칭이 변경됐다. 근대 스포츠 보급의 산실이었던 YMCA의 겨울 실내 스포츠 대회의 연원이 우리나라 최초의 실내체육관 개관 당시로 확장된 것.

국내 최초의 '실내운동장'은 3층짜리 콘크리트 건물로 종로 YMCA 회관 옆에 1916년 5월 16일 완공됐다. 이후 종로 YMCA는 '모든 운동경기가 잠잠하야 잇는 겨울에 실내운동을 장려'하기 위해 '써커스' 대회를 매년 개최, '운동계'의 큰 '쎈세이?V'을 일으켰다(1929년 2월 23일자). 동계스포츠가 거의 전무하던 시절 '써커스' 대회는 장안의 화제를 불러 모았고, 겨울 스포츠의 총아인 농구와 배구 등을 널리 알리는 통로 역할을 했다.

많은 종목들이 이 대회를 통해 첫선 보여, 1925년 대회 땐 이화학당 학생들이 펼치는 여자 농구가 등장했고, 여자 '윈터 스포스'를 장려하기 위해 매주 금요일 '빠스켓뽈'과 '빨레뽈' 강습회를 열기도 했다(1925년 1월 14·17일자).

1927년 대회부터 조선일보가 후원, 이듬해 대회에선 역도 경기가 '현상역기(懸賞力技)'대회란 이름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1928년 2월 24일자).

'경탄할 기술에 만장 관중이 약동'하던 '써커스' 대회는 1931년 제15회 대회 때 명칭을 '실내운동대회'로 바꿨고(1931년 2월 10일자), 이를 끝으로 '조선 실내운동계의 원조'였던 '써커스' 대회는 사라졌다. 다양한 경기 종목들이 자체 선수권대회를 여는 등 근대 스포츠가 정착 단계에 들어서면서 잡다한 '구경거리'보다 '스포츠 기량'이 중시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