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 바다 위를 달려 헤밍웨이를 만나다

◇헤밍웨이가 사랑한 섬

키웨스트에는 세계적인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자신의 두 번째 부인 폴린(Pauline)과 1931년부터 거주한 집이 남아 있다. 거실과 방 세 개, 수영장이 있는 2층짜리 주택으로 헤밍웨이는 이곳에서 폴린과 이혼하기 전까지 8년간 거주했다. 전시관으로 운영되는 헤밍웨이의 집은 12.5달러의 입장료를 받는다. 30분마다 전시장 가이드의 무료 안내가 있으며, 한국어 안내문도 있다. 가이드 데이비드는 "헤밍웨이는 이곳에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킬리만자로의 눈' 등을 집필했다. 키웨스트의 생활은 후에 집필한 '노인과 바다'에 큰 영향을 줬다"고 했다.

헤밍웨이가 자주 갔다는 술집인 슬로피 조스 바(Sloppy Joe's Bar)는 헤밍웨이의 흔적을 찾으려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키웨스트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은 해양 스포츠다. 40달러를 주고 오후 5시 스노클링에 나섰다. 빨강·주황·노랑 등 다양한 색깔의 열대어가 대서양에서 헤엄쳤다. 숨을 돌리려 물 위로 고개를 든 순간 황금빛 수평선 너머로 붉은 태양이 사라지고 있었다.

차가 막히지 않았지만 내비게이션에 표시된 소요시간을 훌쩍 넘겼다. 어쩔 수 없었다. 도저히 달리는 차를 멈추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는 풍경이었다. 바다 위로 솟은 42개의 작은 섬들과 이들을 잇는 다리, 따사로운 햇살에 부서져 애메랄드색을 내뿜는 바다를 지나칠 순 없었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Miami)에서 플로리다키스제도를 거쳐 미국 최남단 지점인 키웨스트(Key West)로 향하는 여로(旅路)는 여행의 묘미가 종착지가 아니라 중간 여정(旅程)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미국 남동쪽 플로리다주 남단부에서 남서쪽으로 휘어져 240㎞ 정도 펼쳐지는 플로리다키스(Florida Keys)제도와 서쪽 종착지인 키웨스트는 미국의 유명한 휴양지다.

플로리다키스제도에 뻗은 도로는 야자수 등의 푸른 열대성 관목으로 덮여 있고, 섬이 지겨울 만하면 푸른 바다와 하늘만 보이는 다리가 나왔다. 이 길 끝에는 소설 '노인과 바다'로 유명한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1931년부터 8년간 살았던 곳, 붉게 물든 석양이 이곳에 발걸음한 모든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곳, 밤새도록 흥겨운 음악 소리와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버무려지는 키웨스트가 있다. 길을 따라 키웨스트까지 남쪽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바다 위를 걷는 기분

12일 오전 9시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한 호텔 앞에서 내비게이션에 키웨스트를 찍었다. 푸른 바다 위로 송송 솟구친 섬들을 잇는 도로가 표시됐다. US-1번 국도다. 최남단에서 본토를 잇는 첫 번째 도로란 뜻이다.

차창 밖으로는 섬과 바다가 끊임없이 번갈아 모습을 드러냈고, 도로 옆에 차를 세우고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백사장에서 50m 이상 바다 쪽으로 나가도 에메랄드빛 물은 무릎 아래에서 찰랑거렸다. 이 길의 백미는 왼쪽으로는 대서양, 오른쪽으로는 멕시코만을 나누는 세계 최장(最長)인 '세븐 마일 브리지'(Seven Mile bridge). 부드럽게 물결 치며 너울거리는 망망대해에 인간이 세운 다리가 어울리며 절경을 이뤄냈다.

세븐 마일 브리지 옆에는 1912년 세워져 철도로 쓰였던 옛 다리가 놓여 있다. 이 다리는 1935년 수리를 거쳐 차량 도로로 쓰였다가 1982년부터 새로 세워진 다리에 기능을 넘겼다. 다리는 1985년 허리케인으로 훼손돼 세 곳이 잘려 있지만 다리 중간에 있는 피존 키(Pigeon key)라는 아주 작은 섬과는 연결돼 있다. 그 다리를 걸으니 마치 바다 위를 걷는 것 같다.

◇여유와 흥겨움, 바다 내음 머문 미국 최남단

오후 5시 키웨스트에 닿았다. 피로를 느낄 새도 없이 키웨스트 특유의 매력이 발길을 이끌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이 작은 섬은 예부터 해적질과 어업이 융성했다. 현재 해저에 침몰한 해적선에서 건진 유물들로 만든 박물관(Mel Fisher Maritime Museum)이 있다.

섬은 뜨거운 태양, 흥겨운 음악, 여유로운 사람들, 시원한 바다 등이 있는 휴양지다. 그리 크지 않은 섬이라 차량 대신 천천히 걸으며 섬 곳곳의 풍경과 공기 등을 즐기는 게 좋다.

섬 남쪽에는 미국 최남단 표지가 있다. 쿠바까지는 90마일(144㎞)로 섬에서 플로리다반도로 돌아가는 것보다 가깝다. 섬 중심부인 듀발 거리에는 수많은 바(Bar)들이 늘어서 있고, 하루종일 밴드들이 흥겨운 음악을 연주한다. 중심 거리에서 가까운 해변가에 있는 멜로리광장에서 보는 일몰(日沒)은 특히 유명하다. 이날 해 넘어가기 한 시간 정도 일찍부터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모였다. 광장에는 외줄타기를 하는 광대, 차력쇼를 하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등 팁을 위해 공연을 펼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여·행·수·첩

한국에서 마이애미로 가는 직항은 없다. 애틀랜타에서 미국 국내선으로 경유해 가는데 마이애미까지 16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마이애미에서 키웨스트로는 승용차로 3시간 30분 정도. 현지 여행사에 문의해 관광버스를타거나 렌트카를 이용하는 게 편하다.

키라임 파이(Key lime pie)는 플로리다키스에서 나오는 라임으로 만든 파이. 새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키라임을 이용한 주스나 스틱 등의 다양한 음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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