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자동차株, 환율 따라 희비교차

올 들어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 주가가 양국 환율의 움직임에 따라 서로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본 엔화가 약세를 보였던 지난 1분기에는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회사 주가가 실적 개선 기대감에 큰 폭으로 올랐지만, 한국 자동차 업체의 주가 상승 폭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4월 들어서는 반대로 엔화 가치가 오르면서 일본의 자동차 업체 주가는 약세를 보인 반면 한국 자동차 회사 주가는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4월 이후 日 자동차주 약세, 韓 자동차주 강세

일본 최대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 주가는 19일 일본 증시에서 주당 3360엔을 기록했다. 도요타 주가는 이달 들어 6% 하락했다. 다른 일본 자동차 회사 주가도 4월 이후 내림세를 기록 중이다. 혼다가 8% 내렸고, 닛산도 4.4%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자동차 회사는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현대자동차는 11.4% 상승했고, 기아자동차도 8% 올랐다.

지난 1분기에는 반대였다. 일본 자동차 업체의 주가가 1분기 동안 큰 폭으로 오른 반면 한국 자동차 회사의 주가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1분기에 도요타의 주가는 40.1%나 상승했고, 혼다와 닛산도 각각 33.9%, 27.3% 올랐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9.4%, 기아자동차는 11.1% 오르는 데 그쳤다.

◇1분기에 떨어졌던 엔화 가치, 4월 이후 다시 올라

두 나라 자동차 업체의 주가가 시기별로 엇갈린 흐름을 보인 것은 환율 움직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두 나라 자동차 회사 모두 수출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시기별로 환율이 서로 반대로 움직이면서 주가도 엇갈렸다는 것이다.

1분기에는 일본 정부가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돈을 풀면서 엔화 가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게다가 유럽 재정 위기에 대한 우려가 다소 줄어들고, 미국의 경제지표도 점차 개선되면서 안전 자산인 엔화를 매입하려는 수요도 감소했다.

지난 2월 초 76엔대 초반을 기록했던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이후 계속 오르면서 지난달 21일에는 83.86엔까지 치솟았다(엔화 가치 하락). 통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일본 자동차 업체는 수출 실적이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돼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지만, 한국 자동차 회사는 반대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상승 폭이 작았다.

그러나 이달 들어 엔화 가치는 다시 오르고 있다. 스페인의 국채 가치가 연일 상승하는 등 유럽 재정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불거지면서 안전 자산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신흥국 통화인 원화는 점차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3일 1121.80원까지 떨어졌던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9일 1138.10원으로 올라 보름 만에 1.5% 상승했다(원화 가치 하락).

◇韓·日 자동차주 엇갈린 흐름, 계속될까?

전문가들은 올 들어 한국과 일본 자동차주가 환율에 따라 엇갈린 흐름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경향이 점차 약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엔화와 원화 가치가 올해 1분기만큼 큰 폭으로 변동할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에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직 유럽 재정 위기와 미국의 양적 완화 등 변수가 있긴 하지만, 환율
을 안정시키려는 일본 정부의 의지도 강해 엔화 가치는 점차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나라 자동차주가 장기적으로는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조수홍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주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경기 변화에 따라 비슷하게 움직였다"며 "하반기에는 환율 이외에 신제품 출시 등 다른 요인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