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많고 분양가 껑충… 도시형 생활 주택 수익률 비상

작년 봄 서울 강남의 도시형 생활 주택을 구입한 김모(56)씨는 요즘 걱정에 빠졌다. 입주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세입자를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김씨가 도시형 생활 주택에 투자한 돈은 1억6000만원. 연 6% 수익률을 올리려면 보증금 1000만원에 매달 90만원 이상 임대료를 받아야 하는데 주변 시세는 70만원에 불과하다. 그는 "취득세와 중개수수료까지 감안하면 복잡한 행정 절차에 마음고생만 하다 은행 이자 정도 챙기는 셈"이라고 허탈해했다.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 인기 투자처로 꼽히던 도시형 생활 주택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도시형 생활 주택은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1~2인 가구의 증가로 수요층이 탄탄한 데다 1억원대의 비교적 저렴한 투자금으로 연 7~8% 수익을 올릴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공급 과잉과 투자금 상승으로 임대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본지가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114'와 더불어 최근 서울에 지어진 도시형 생활 주택 10곳의 투자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연 5%를 밑도는 단지가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득세와 부동산 중개수수료 등의 비용을 감안하면 연 4% 안팎의 은행 예금 금리와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수익률 연 4% 이하 단지 절반

이번에 조사한 도시형 생활 주택 가운데 연 7% 이상의 임대 수익을 올리는 곳은 1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9곳 가운데 4곳은 연 5%대 수익률을, 5곳은 연 4%대 이하를 기록했다.

특히 구로구 온수동의 도시형 생활 주택은 연간 수익률이 은행 예금 이자보다도 낮았다. 전용면적 66㎡인 도시형 생활 주택의 매매가격은 2억8700만원. 보증금 5000만원과 월세 60만원인 임대료를 감안하면 실제 투자금(2억4331만원·취득세 포함) 대비 수익률은 2.96%에 불과했다.

다른 주택도 대부분 연 5% 안팎의 수익률을 보였다. 강남구 논현동의 도시형 생활 주택 투자금은 1억5975만원. 그러나 이 주택의 최근 임대 시세는 월 75만원 정도여서 실제 수익률은 5.63%에 그쳤다. 용산구 이태원동에 들어선 도시형 생활 주택은 상황이 더 나빴다. 총 투자금은 1억3819만원이지만 월세는 55만원에 불과해 연간 수익률은 4.78%로 떨어졌다.

'부동산114' 조성근 연구원은 "도시형 생활 주택 대부분이 연 7% 이상 수익률을 올리려면 투자금이 1억원 이하이거나 월세가 70만~80만원을 넘어야 한다"면서 "재산세와 대출 이자까지 감안하면 수익률은 더 악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고(高)분양가, 공급 과잉으로 수익률 악화

도시형 생활 주택의 투자 수익률이 1~2년 전보다 크게 떨어진 것은 최근 소형 주택 공급이 증가하면서 임대료는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주거 지역 내 땅값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부동산114'가 수도권에 지어진 도시형 생활 주택의 분양가를 분석한 결과 2009년 3.3㎡당 1021만원에서 2010년 1550만원, 지난해 1714만원으로 급등했다.

실제로 용산구 한강로에 들어서는 '시티하우스 용산'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3063만원에 달했고 '용산 큐브'는 2550만원을 기록했다. 서초구 서초동 '한라비발디 스튜디오193'과 강남구 논현동 '보노체아'도 각각 2508만원과 2417만원에 팔렸다.

주택 공급도 급격히 늘었다. 지난해 전국의 도시형 생활 주택 인·허가 물량은 총 8만3859가구로 2010년(2만529가구)의 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 여파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도시형 생활 주택도 곳곳에 생기고 있다. 서울 강남권에 도시형 생활 주택을 지은 업체 관계자는 "입주가 몇 달 안 남았는데 전체 주택의 10%가량이 여전히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도시형 생활 주택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것도 가격이 크게 오른 요인"이라며 "한꺼번에 입주가 몰리면서 치열해진 임대 경쟁도 수익률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30가구 미만 소단지… 슬럼화 우려

소형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만 급급했던 나머지 기본적인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입주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차 공간이 절대 부족하고 대부분 개별 분양을 하다 보니 관리가 부실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조그만 땅에 많은 주택을 짓다 보니 나중에 건물이 노후해도 재건축이 쉽지 않아 자칫 도심 흉물로 방치될 수도 있다. 실제 서울 시내에 들어선 도시형 생활 주택 가운데 단지 규모 100가구 미만인 곳이 96.2%를 차지했고 이 가운데 30가구 미만이 86%에 이른다고 '부동산114'는 밝혔다.

그런 만큼 도시형 생활 주택의 건축 인·허가 기준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주변 오피스텔·원룸의 임대 시세와 실제 수익률을 파악해야 한다. 주변의 소형 주택 임차 수요와 향후 주택 공급 물량도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도시형 생활 주택 공급이 앞으로 크게 늘어날 지역은 가급적 투자를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도시형 생활 주택

늘어나는 1~2인 가구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전용면적 85㎡(25.7평) 이하의 소형 주택. 원룸·다세대·연립주택형 등 세 가지가 있다. 지금까지 공급된 물량의 80% 이상은 원룸형으로 전용면적 12~50㎡에 욕실과 부엌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