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발목잡힌 노후

2007년 여름 서울 강서구의 전용면적 85㎡(25평) 아파트를 5억8000만원에 구입한 김모(61)씨는 집값이 오르지 않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현재 시세는 4억5000만원대로 구입 가격에서 20% 넘게 떨어진 상태다. 구입 당시 집값이 오를 걸로 예상하고 3년 거치 17년 분할상환으로 1억5000만원을 대출받은 김씨는 2010년 원금 분할 상환 기간을 한차례 연기했다. 이미 2009년에 현직에서 은퇴한 터라 매월 들어오는 소득이라곤 각종 연금 등을 더한 200여만원이 전부. 하지만 올여름부턴 꼼짝없이 월 150만원의 원리금을 갚아나가야 한다. 김씨는 "작은 평수로 옮기려 해도 집이 팔리지 않는다"며 "자식들 상황도 여의치 않아 손 벌리기가 무안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은행이 19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은퇴가 시작되는 50세 이상 고연령층의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계대출 중 고연령층 비중은 2003년 33.2%에서 2011년 46.4%로 13.2%포인트 상승해 같은 기간 전체 인구 중 고연령층 비중 상승폭(8.0%포인트)을 크게 웃돌았다.

이처럼 고연령층의 가계부채가 급증한 이유는 부동산 가격 상승기인 2005~2007년에 고연령층이 주택담보대출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이 기간 중 50세 이상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16.5%로 전 연령층 중 가장 높았다. 하지만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주택시장도 침체에 빠졌고, 주택 매도가 어려워짐에 따라 대출금 상환에 제약을 받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창업자금을 마련하는 사례가 증가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한은은 고연령 채무자일수록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져 경제 여건이 나빠지면 부실화될 위험이 큰 것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