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여의도 재테크 고수님들, 요즘 같은 때 돈 어떻게 굴리세요?

◇ELS는 시점을 분산시켜라

요즘 대세라는 ELS(주가연계증권)는 여의도 금융통들에게도 인기 상품이었다. ELS는 코스피200 같은 주가지수나 특정 종목의 주가가 30~50% 이상 하락하지만 않으면 원금이 유지되면서 10% 안팎의 약정된 수익을 주는 상품으로 최근 인기가 많다. 유상호, 강대석 사장이 ELS 투자를 권했다. 유상호 사장은 "ELS는 한 상품에만 넣지 않고, 투자 시점을 분산해서 여러 개의 ELS에 나눠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ELS는 3~6개월 후 조기상환되는데, 이어서 계속 ELS에 투자하고 싶은데 이때 가격이 높아져 있으면 가입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시간을 분산하면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대석 사장은 "ELS 초보자라면 만기에 원금이 보장되는 지수형 ELS부터 먼저 체험해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ETF는 스마트하게 적립을

ETF(상장지수펀드)도 다수의 응답자들에게 러브콜을 받았다. 금융통들의 투자 방식은 좀 남달랐다. 황성호 사장은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지수가 내려갈 때는 많이 사고, 지수가 올라갈 때는 조금만 사서 목표수익률에 달하면 모두 팔아 차익을 실현해주는 펀드에 가입하고 있다. 황 사장은 "설정해 놓은 조건에 따라 컴퓨터가 투자해주기 때문에 일정한 날짜에 넣는 적립식보다 투자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정찬형 사장은 지수형 ETF와 저평가된 섹터형 ETF에 나눠 투자하는 적립식 ETF랩에 가입했다. 인덱스 펀드와 주식형 펀드에 분산투자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알이 알을 낳게 하라

금융통들은 투자 수익을 써버리지 않고 다른 상품에 재투자하는 전략으로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었다. 김석 사장은 시황에 따라 주식 비중을 조절해 중수익을 노리는 월(月) 지급식 펀드에 가입하고 있는데, 매달 나오는 수익을 또 다른 펀드에 재투자하고 있다. 알을 깨뜨리지 않고 부화시켜 또 다른 알을 낳게 하는 전략이다. 김 사장은 "은퇴 후에는 이렇게 모은 돈을 다 월지급식 상품에 넣어, 매달 나오는 수익으로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상호 사장도 월지급식 상품에서 나오는 수익을 재투자할 것을 권했다. 유 사장은 "이미 가입한 월지급식 상품과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군에 재투자해야 분산 투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 투자는 기본
"장기적으로 성장성 높고 정보 많아
국내 펀드, 해외펀드보다 매력적"

◇뭐니뭐니해도 '한국 주식'

고수들은 국내 주식에 대한 투자는 기본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찬형 사장은 "우리나라는 글로벌 저성장 환경과 차별화된 지역이고, 국내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성장성이 높다"며 "해외보다 정보가 많아 우리가 잘 알고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젊었을 때부터 적립식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에 넣어 큰 수익을 올렸다"며 "지금도 글로벌 선도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재민 사장은 "세금이나 성장성 면에서 국내 주식형 펀드는 여타 해외펀드에 비해 확실히 매력적"이라며 "성장형과 가치형 펀드에 분산해서 장기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정남 사장 역시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업은 대외환경이 불확실해지더라도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2년 전 가입한 펀드 성과 100%

많은 금융통들이 "투자에는 왕도(王道)가 없다"며 '적립식, 장기투자, 분산투자'라는 3대 투자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강대석 사장은 "시장의 흔들림에 동요하지 않고 투자원칙을 지키면서 투자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 적립식"이라며 "목돈이 있어도 투자 시점을 분산시켜라"라고 조언했다. 조재민 사장은 장기투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가입한 펀드를 아직 갖고 있는데, 수익률이 엄청나다"며 "2년 전 가입한 가치형 펀드도 현재 100%의 수익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 일희일비하며 환매와 가입을 반복하면 결코 얻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위험 자산과 안전자산을 골고루 나누는 것도 투자의 기본이다. 노정남 사장은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에 5대 5의 비율로 분산 투자하라"며 안전자산으로는 예금 외에 신흥국 채권과 금을 권했다. 김석 사장은 물가가 올라도 자산가치를 보전할 수 있는 '방패 상품'으로 중국 위안화에 투자하는 딤섬 펀드나 물가연동국채, 장기채 투자를 권했다.

"돈 굴릴 데가 마땅치 않은 건 금융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때에는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정기예금보다 조금만 더 높은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으로 가야 합니다."(노정남 대신증권 사장)

저금리·저성장 시대를 맞아 내로라하는 전문가들도 재테크하기 어려운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느 시대에나 남다른 발상과 전략으로 역경을 이겨내는 고수들은 있는 법. '투자눈'이 밝은 여의도 금융통들은 요즘 어떻게 재테크를 하고 있을까. 머니섹션 M이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김석 삼성증권 사장, 노정남 대신증권 사장,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정찬형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 조재민 KB자산운용 사장 등 7인의 투자 고수들에게 전략을 들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