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9호선 수익률 年8.9% 보장 '民資 딜레마'

서울 지하철 9호선의 요금 인상을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서울시와 민간 사업자의 다툼에 진보 쪽 시민단체와 정치권도 가세했다.

논쟁은 '9호선을 운영하는 민간자본의 이익(연간 수익률 8.9%)을 보장하기 위해 그에 상응한 요금 인상과 세금 투입을 허용해야 하느냐'의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사안을 단순화하면, '돈이 궁했던 서울시가 과거 민간으로부터 조달한 자금의 대출 이자 8.9%가 적정한가'에 대한 논란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 기준으로 8.9%는 과도해 보인다. 요금 인상과 세금 투입을 좋아할 시민도 없다. 서울시와 정치권 일부가 요금인상 불가론을 밀어붙이는 배경엔 지하철에 투자한 재벌과 금융자본에 대한 일부 여론의 거부감도 있다. 하지만 '계약 준수가 기본인 민주주의 사회에서 계약 변경을 강제하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왜 지하철에 민간을 끌어들였나?

공공재에 민간자본이 참여한 것은 1995년 민자(民資)유치촉진법이 시행된 이후다. 고도성장이 끝나고 예산이 부족해지면서 정부가 공공사업을 독점하는 것이 한계를 맞았기 때문이다. 서울시립대 손의영 교수(교통공학과)는 "민자사업은 위기 상황에서 공공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민간자본 참여가 본격 시행된 것은 재정이 고갈된 IMF 위기 직후 김대중 정부 때였다. 지하철 9호선도 민자 유치 결정은 2001년 고건 시장(민주당) 때 결정됐다. 수익률 보장의 법적 근거인 최소수입보장제(MRG) 역시 김대중 정부가(1998년) 만든 것이다.

수익률 보장제도가 시행된 것은 당시 정부가 을(乙)의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자금 부족 이외에도 방만한 공기업을 혁파하기 위해 민간의 효율성을 도입할 필요성을 느꼈다. 돈과 효율성을 수혈받는 대가가 바로 MRG였던 것이다. 교통연구원 윤장호 박사는 "지하철 9호선의 1㎞당 투입 인력은 21명으로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메트로(1~4호선) 76명보다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연평균 8.9%의 수익률은 과도한가?

서울시는 이렇게 지적한다. 첫째 다른 민자사업의 수익률은 5~6% 수준이라는 것이다. 둘째 민간 사업자가 사업비 일부를 15% 금리로 조달해 과도한 이자를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돈을 대주주인 맥쿼리로부터 빌린 것도 비판받는 부분이다. 수익률로 남기고, 고리대로 또 남기고 있다는 논지다.

하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정욱 공공투자정책실장은 "지금 수익률을 기준으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9호선과 비슷한 시기(2004~2005년)에 성립된 다른 민자사업의 수익률은 7~10%대였다. 고리대 논란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사업이 진행되지 않는 용인 경전철처럼 공공투자는 큰 리스크를 안고 있다"며 "사업비 일부를 고금리로 조달하는 것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물론 예금 금리가 4%인 상황에서 8.9% 수익률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을 피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지하철은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시민에게 이익인가?

8.9% 수익률이 아까우면 세금을 거두거나 공공부채를 늘려서 서울시가 9호선을 인수하면 간단하다. 이 경우 지하철 요금을 정책 범위 안에서 억제할 수 있다. 적자는 다시 세금이나 공공부채를 늘려서 막으면 된다. 작년에만 5748억원의 적자를 낸 1~8호선이 이런 방식으로 빚덩이를 굴리고 있다. 9호선 이용자들은 이 방식이 유리하다. '시민의 세금'이 '나의 요금'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9호선을 이용하지 않는 시민들은 민간 사업자가 추진하는 방향이 유리하다. 9호선 사업자는 세금을 받는 대신 요금을 인상해 수익률을 맞추려고 한다. 9호선은 사업성을 뻥튀기한 다른 사업과 달리 성공한 사업이기 때문에 요금 인상만으로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통연구원 김연규 연구위원은 "적자가 나면 어차피 국민 세금으로 메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소수입보장제·MRG(Minimum Revenue Guarantee)

민간자본으로 지은 시설이 운영단계에 들어갔을 때 실제수입이 추정수입보다 적으면 사업자에게 사전에 약정한 최소수입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IMF 외환위기 직후 저조한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1999년 도입했으나, 이로 인해 정부 재정에서 손실 보전이 너무 많이 나간다는 이유로 2009년 폐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