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선 집에서 담배 피워도 처벌한다는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금연 도시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뉴욕시가 자기 집에서 담배 피우는 것까지 통제하기로 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18일 '뉴욕의 모든 공동주택은 집 안에서의 흡연 여부를 결정하고 이를 문서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뉴욕의 모든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로비·야외정원·옥상 등 공동으로 사용하는 영역뿐 아니라 집 안에서 흡연 가능 여부를 결정하고 이를 반드시 법적 문서로 남겨야 한다. 비흡연 주택으로 결정된 곳에서 담배를 피우면 건물주에게 건당 100달러(약 11만4000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뉴욕시 인구의 절반 이상이 공동주택에 살며, 주택에 입주하는 개인은 건물 규정을 지키겠다는 문서에 서명해야 한다. 새 법안이 통과되면 집을 구하는 개인은 입주하려는 건물의 흡연·비흡연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사적인 공간인 집 안에서의 흡연을 통제하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시장은 18일 기자회견에서 "뉴요커들은 간접흡연으로부터 보호받기를 원한다. 공동주택의 환기 시스템 때문에 한 집에서 담배를 피우면 다른 집으로 연기가 넘어가 간접흡연의 위험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뉴욕시는 지난해 7월 공동주택에서의 간접흡연과 관련한 불만 신고를 받기 시작했으며 9개월 동안 약 2363건의 관련 불만이 접수됐다.

갑부 시장인 블룸버그는 강력한 금연 옹호자로, 금연 캠페인에 사재(私財) 약 6억달러를 투입했다. 2003년 격렬한 반대 속에서도 식당과 술집에서의 전면 금연을 도입한 것을 임기 중 가장 큰 업적으로 꼽는다. 뉴욕시는 지난해 공원·해변·광장 등 야외 공공장소에서의 흡연도 금지했다. 뉴욕의 담배 한 갑 가격은 미국에서 가장 비싼 12.50달러로 이 중 7달러가 세금이다. 이 같은 강력한 금연 정책으로 2002년 22.5%였던 뉴욕의 흡연율은 14.0%까지 떨어졌다. 블룸버그 시장은 뉴욕의 평균수명이 빠르게 증가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강력한 금연 캠페인이라고 믿는다. 40세 뉴요커의 기대수명은 82세로 2000년에 비해 2.5년 늘었다.

집이라는 사적 영역을 처음으로 건드린 뉴욕시의 새 금연 정책이 발표되자 일부 뉴요커들은 블룸버그 시장의 금연 캠페인이 개인의 자유까지 침해하며 도를 넘고 있다고 비난했다. 흡연자 권익 단체 '클래시'의 오드리 실크 회장은 "새로운 법안은 아무도 담배를 소지하지 않기를 바라는 블룸버그식 십자군 전쟁의 새 작전"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새 법안은 자유의 제한이 아닌, 정보 제공 차원에서 도입되는 조치다. 개인이 주택에 입주할 때는 자신이 사는 공간의 성격과 환경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