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TALK] 이게 드라마입니까, '20부작 CF'입니까

"20부작짜리 CF 같다."

TV 드라마들의 지나친 간접광고(PPL)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주인공이 모델로 활동하는 제품이 주요 장면마다 감초처럼 등장하는 건 기본이고 반대로 특정 제품이 드라마에 너무 자주 나와 주인공이 광고 모델이 돼버린 게 아니냐는 말까지 듣고 있다.

SBS '옥탑방 왕세자' 2회에는 3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현대의 서울로 온 조선 왕세자 이각(박유천)이 편의점에서 라면 먹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장면이 나왔다. 허기진 왕세자가 군침을 삼키며 바라보는 라면은 그가 광고 모델인 제품이다. 시청자들은 "자기가 광고하는 라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건 너무 노골적"이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SBS '패션왕' 6회에는 주인공 신세경이 광고하는 요구르트가 등장했다. 강영걸(유아인)과 이가영(신세경)이 영걸의 공장을 방문한 정재혁(이제훈)에게 요구르트를 대접하는 장면에서다. 일부 시청자들은 온라인에서 "영걸의 공장이 자금 부족에 시달린다고 하더니 한 병에 1000원이 넘는 고급 요구르트를 대접하는 건 어색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MBC '더킹 투하츠' 6회에서는 '냉장고 신'이 나왔다. 주인공 이승기가 모델로 광고하는 냉장고 앞에서 이재하(이승기)와 김항아(하지원)가 입을 맞추고 술을 마시는 장면이다. 시청자들은 온라인 게시판에 "술을 꼭 냉장고 앞에서 마셔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더킹 투하츠'가 아니라 (특정 도넛 회사명과 비슷한) '던킹 돈허츠'"라는 비아냥도 듣고 있다. 극 중 특정사 도넛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이 파티, 약혼자 상견례, 군인들의 간식 시간 등 시도때도없이 나온 것은 물론이고 "도넛은 커피와 함께 먹어야 한다"는 광고문구까지 주인공의 대사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승기는 이 도넛의 광고 모델은 아니지만, 도넛 회사는 드라마 제작 지원을 하면서 홈페이지에 드라마 포스터 이미지를 사용하는 등의 홍보를 하고 있다.

간접광고 대상이 아닌 소품이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다. '패션왕'에서 가영이 소주를 병째 마시는 장면이 나온 뒤 한 시청자는 "가영의 슬픔에 공감하기보다는 저 소주가 '세경소주'인가 '아인소주'인가만 궁금했다"는 평을 남겼다. 신세경과 유아인이 각각 다른 소주 회사의 모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SBS 관계자는 "소주는 광고와 관계없이 등장한 소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