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도 예술이다

회색 도시 한복판에서 '푸른 꿈'을 키우는 '도시 농부'들이 늘고 있다. 좁은 아파트 베란다를 활용해 만든 '윈도 농장(window farm)', 건물 옥상에 식용(食用) 가능한 식물을 기르는 '키친 가든(kitchen garden)' 등 아기자기한 규모의 '손바닥 농장'을 가꾸는 이들이다.

농사를 시작하기 딱 좋은 봄철, 도시 농부의 일상을 체험하고 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서울 관훈동 'KCDF 갤러리'에서 개최된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주최로 19일부터 다음 달 20일까지 열리는 전시 '도시농부의 작업실'이다.

전시는 크게 텃밭 정원 연출의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작업실', 디자이너가 도시 농부를 모티프로 만든 작품을 전시하는 '마켓', 가든 전문가에게 직접 텃밭 꾸미는 법을 배워보는 '배움터'로 나뉜다.

'작업실' 코너에선 가든 디자이너 최원자씨가 갤러리의 옥상·베란다 등 공간에 맞춰 공중형·옥상형·이동형 등 다양한 형태의 텃밭을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선보인다. 도시 농부를 꿈꾸는 이들이 참고할 만한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해주기 위해 기획된 코너다.

'마켓'에선 30여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해 자유로운 상상력을 버무려 농사를 디자인으로 승화한 작품을 전시한다. 디자이너 강희정(31)씨의 '텃밭에서 식탁까지'는 모종삽·토분·갈고리 등 원예용품에 옻칠을 한 작품이다. 친환경 도료인 옻칠을 사용함으로써 도시 농부의 친환경 실천을 강조했다. 디자이너 김하윤(35)씨는 꽃삽·갈고리·원예 가위들을 붙인 조명 작품 '정원용 도구들'을 만들었다. "예술작품과 실생활에 쓰이는 도구의 간극이 크지 않음을 보여주기 위한 작품"이란다.

디자이너 최근식(31)씨의 작품 '작업 수레'는 폼나게 농사짓는 사람들을 위한 도구. 철판에 가죽 손잡이와 원목 상판을 써서 디자인 소품처럼 만든 수레다. 제품이 수명을 다하면 다시 원재료로 돌아갈 수 있도록 가공하지 않은 재료를 그대로 사용하고, 효율적인 운송을 위해 모든 부분을 조립형으로 디자인한 게 특징이다. 디자이너 최정유(29)씨가 만든 '스킨팟(Skinpot)'은 말랑말랑한 실리콘 소재로 돼 있어 식물이 자라는 형태에 따라 화분 모양도 변한다.

텃밭 가꾸기에 관심 많은 이들이라면 '배움터' 코너에 마련된 체험 이벤트에 주목할 만하다. 5월 5일 어린이날엔 KCDF 갤러리 3층에서 가족을 대상으로 한 '아파트형 미니 텃밭 만들기' 행사가, 5월 12일에는 서울 방이동 '허브다섯메'에서 '미니 허브정원 가꾸기' 행사가 열린다. (02)732-9383, chacha@kcdf.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