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똑같은 건 못참아! 큐레이슈머(Curator+Consumer)를 만족시켜라

LG전자는 최근 출시한 스마트폰 '옵티머스 3D 큐브'에 '내 맘대로 아이콘' 기능을 탑재했다. 사용자가 스마트폰 메뉴나 아이콘 모양을 본인이 직접 찍은 사진이나 다운로드 받은 그림으로 입맛에 맞게 바꿀 수 있다.

예를 들면 무료 모바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 아이콘을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으로 바꾸는 식이다. 이성진 LG전자 상품기획센터 차장은 "스마트폰을 개성 있게 가꾸고 싶은 소비자의 욕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차별화 전략"이라고 말했다.

최근 제품을 단순히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제품을 자기 입맛에 맞도록 개조하거나 아예 새로운 용도로 활용하려는 적극적인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이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제품 간 비교나 활용법 등에 대한 많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도 적극적인 소비자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적극적이면서도 똑똑한 소비자를 가리켜 '큐레이슈머(Curasumer)'라고 정의했다. 큐레이터(Curato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전시회의 큐레이터처럼 스스로 삶을 꾸미고 연출하는 소비자라는 뜻이다.

개성을 중시하는 큐레이슈머의 대표적인 사례는 적극적인 스마트폰 사용자들. 배경화면과 앱의 배치를 자신의 원하는 방식으로 재구성하고 다양한 액세서리를 활용해 자신의 스마트폰을 톡톡 튀게 치장한다. 이 덕분에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 규모는 2010년 2400억원대에서 작년 5000억원대까지 커졌고, 올해는 1조원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큐레이슈머가 늘어나면서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획일화한 상품을 내놓기보다 소비자 개인의 취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제품을 변형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는 획일화된 내부구조 대신 거주자가 실내 구조를 바꿀 수 있는 평면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마이 프리미엄(My Premium)' 평면을 개발해 벽을 허물거나 칸막이를 치는 방식으로 가족 구성원 수와 연령대에 따라 내부공간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게 했다. 한화건설도 실내 벽을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해 공간을 나누거나 합쳐서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핏' 평면을 내놨다.

유명 모터사이클 브랜드인 할리데이비슨은 소비자가 '자신만의 바이크'를 만들도록 돕는다. 10만 가지 이상의 액세서리 상품을 판매하며 전문 컨설턴트가 모터사이클을 다양하게 변형하는 방법도 알려주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거워 한국 시장에서 액세서리 매출은 지난 10년간 매년 20%씩 늘었다. 최근에는 '핏 샵(FIT SHOP)'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소비자의 신체 조건과 운행 습관을 조사해 모터사이클 시트나 서스펜션을 조정해 주는 서비스도 한다.

개별 제품을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활용법을 알려주는 데 초점을 맞춘 마케팅 전략도 나왔다. 종합 인테리어업체 ㈜한샘은 작년 말 문을 연 부산 센텀시티점에 방 3~4개짜리 모델하우스 2채를 만들었다.

침대나 테이블 등 개별 가구를 홍보하는 대신 거실이나 침실을 자사 제품으로 꾸며놓고 이 제품을 사면 '이렇게 쓸 수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방식이다.

IT기술의 발전은 앞으로 큐레이슈머의 활동폭을 더욱 넓혀줄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기업의 마케팅 전략도 바뀔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개별 소비자들의 행동패턴이나 취향에 대한 자료를 더 많이 모을 수 있고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상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데이터 활용이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삼성경제연구소 이동훈 수석연구원은 "이제 기업들은 상품을 내놓고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이 이 상품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형태까지 마케팅 전략을 발전시켜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큐레이슈머(Curasumer)

전시회의 큐레이터처럼 기존 제품을 꾸미고 다양하게 활용하는 편집형 소비자. 큐레이슈머는 직접 생산에 참여하는 프로슈머(Prosumer)보다 한발 더 진화한 능동적인 소비자로, 제품을 기존 용도와 다르게 활용할 수 있는 법을 적극적으로 찾거나 기업에 원하는 상품 사양을 요구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