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경영 나아졌지만… 정상화까진 갈 길 멀어

100조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는 '부채 공룡'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해 공기업 중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올해도 3개월 동안 빚을 7조원 갚고 땅과 주택도 작년보다 30% 이상 더 파는 등 경영 실적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비용 감축과 사업재조정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60조원이 넘는 나랏돈이 들어가야 한다는 분석도 나와 경영 정상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LH는 22일 "지난해 결산 결과 매출액 15조2500억원, 당기순이익 7900억원을 거둬 공기업 중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고 밝혔다. 전체 공기업 중에서 매출액은 3위, 순이익은 1위를 기록했다.

LH는 통합 당시인 2009년까지 연평균 금융부채가 20조원씩 불었다. 하지만 2010년 17조원, 지난해에는 6조원 수준으로 부채 증가 속도가 줄었다. 500%가 넘던 부채비율도 지난해 468%대까지 낮아졌다.

올 들어서도 LH는 경영 정상화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올 1분기에만 3조5500억원어치의 땅과 주택을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나 늘어난 것이다.

자금 사정도 크게 개선됐다. 1분기에 14조5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고 이 중 13조7000억원만 사용해 8000억원의 자금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1분기에 상환한 빚만 7조원이다. LH 현도관 실장은 "올해는 하루에 1조7000억원의 빚을 갚은 적도 있다"면서 "비용 10% 감축과 110조원이 넘는 사업재조정 작업이 끝나면서 경영이 선순환 궤도에 들어서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완전 경영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처럼 집값이 계속 떨어지면 정부가 LH에 최대 61조원의 재정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은행은 2015년부터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해 2030년까지 연평균 0.4%씩 떨어진다면 LH에 정부 자금 61조원이 더 들어가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설령 집값이 2030년까지 연평균 1.5%씩 올라도 54조원의 재정이 투입돼야 LH 재무구조가 2010년 말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2010년 말 LH의 금융부채비율은 400% 선이다. 다만 한은은 집값이 2030년까지 연평균 3.6%씩 오르면 추가 재정 투입이 필요없을 것으로 봤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21개 공기업의 금융부채는 119조5000억원 늘었고, 이 중 LH의 빚이 59%를 차지했다. LH는 신도시 개발 등으로 사업규모를 확장했지만, 주택 경기 악화로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재무구조가 나빠졌다.

박양수 한은 계량모형 부장은 "LH의 추가 부실을 막기 위해선 주택가격이 적정한 수준에서 유지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해야 할 임대주택 사업 비중을 줄이는 사업 조정도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