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영화제 처음이세요? 일단 개막(메이에 감독 '시스터')·폐막작(쉬안화 감독 '심플라이프')부터

전주의 봄은 꽃보다 영화다. 26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JIFF·지프)'가 열린다. '자유·독립·소통'이란 슬로건을 내건 지프는 매해 주류 영화와 다른 도전적이고 독창적인 영화를 선보여왔다. 생소하긴 해도 어렵진 않다. 하기야 향긋하고도 따뜻한 봄바람에 전주 음식까지 곁들이면 어떤 영화인들 재미가 없을까.

지프 개막을 앞두고 9·15세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고주부(45·여)씨, 영화 마니아 나영화(33·여)씨, 막 연애를 시작한 다놀아(28·남)씨 등 직장 동료 셋이서 머리를 맞대고 나누는 대화를 가상으로 꾸며봤다. 전주의 먹거리만큼이나 푸짐한 지프의 영화를 골라보는 게 고민인 분들 참고하시길!

다놀아 "전주의 맛과 막걸리, 게다가 영화까지 있으니 지프야말로 데이트엔 딱 좋아요. 근데 실험성이 강한 영화를 소개하는 영화제로 소문이 자자해서 걱정이에요. 여자 친구가 지루해하면 어쩌죠?"

나영화 "지프, 어렵지 않아요. 자신이 없으면 일단 개막작과 폐막작을 노려보세요. 개막작은 프랑스계 스위스 감독인 위르실라 메이에의 '시스터'. 부유한 사람들의 휴양지인 알프스 스키장과 빈곤한 아랫마을을 오가며 살아가는 남매의 고단한 삶을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이죠. 폐막작인 '심플라이프'는 홍콩 출신 쉬안화(許鞍華) 감독의 작품으로 60년 넘게 홍콩 가정의 도우미로 일해온 타오 지에와 주인집 도련님 로저의 관계를 그렸다고 해요. 로저 역은 류더화(劉德華)가 맡았고, 타오 지에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예더셴(葉德閑)은 올해 초 베니스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어요."

고주부 "가족끼리 볼 만한 영화도 빠뜨리지 않았던걸요. 저는 애들 데리고 '애니페스트' 섹션에 가려고 해요. 중국 애니메이션의 아버지라고 하는 완라이밍 감독이 1960년대에 만든 '손오공'의 3D 복원판이 상영된다길래 애들이 잔뜩 기대하고 있죠. 프랑스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감독 장 프랑수아 라귀오니의 장편 '르 타블로'는 폴 세잔과 마티스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어른 애 할 것 없이 다 좋아할 것 같아요. 30년 평생 영화만 봤다는 '영화의 달인' 나영화씨가 선택할 작품들이 벌써 궁금한걸요?"

영화 "전 국내의 유망한 독립영화 감독 두세 명의 중·단편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어낸 '숏숏숏'을 꼭 볼 거예요. 지난해 '무산일기'로 세계 각지 영화제를 휩쓴 박정범 감독의 '일주일'과 '자가당착' 등 주목할 만한 독립영화를 만든 김곡·김선 형제 감독의 '솔루션'이 올해의 '숏숏숏'으로 선정됐거든요."

주부 "나도 젊은 시절에는 영화 좀 봤는데…. 그래서 한국 영화 특별전인 '영상 시대와 이장호'가 끌려요. 하길종 감독의 '한네의 승천', 홍파 감독의 '몸 전체로 사랑을', 김호선 감독의 '영자의 전성시대'와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 날' '어우동'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등 6편이라니, 부지런히 봐야죠."

놀아 "저는 '전주의 봄밤'을 노릴 겁니다. 밤에 진행되는 '야외 상영'에선 J.J. 에이브람스 감독의 '수퍼 에이트'와 조너선 레빈 감독의 '50/50' 등 지난해 개봉한 국내외 영화 다섯 편을 상영한답니다. 여자 친구와 함께라면 밤새 영화를 볼 수 있는 '불면의 밤' 섹션도 졸리지 않죠. 특히 비틀스 멤버 조지 해리스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조지 해리슨'과 레게 음악의 제왕 밥 말리를 담아낸 다큐멘터리 '말리'와 함께라면 분위기가 좋겠죠?"

영화 "지프까지 가서 데이트할 생각만 하다니…. 이번 '영화궁전' 섹션에서 얼마나 멋진 영화들을 선보이는 줄 아세요? 12편 모두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라니까요. 그중에서도 영화사 최초 SF영화인 '달세계 여행'(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의 핸드메이드 컬러 버전이 특히 기대가 됩니다. 이 작품의 복원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아주 특별한 여행'은 남녀노소 불문, 필수작입니다."

놀아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거라면 역시 '전주의 맛'이죠.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펴낸 '전주, 느리게 걷기'에선 전주 골목 구석구석의 맛집과 멋집이 다 담겨있으니 영화제 기간 참고하세요."

[전주영화제 이렇게 즐겨요]

전주국제영화제의 온라인 예매는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해야만 가능하다. 현재 운영 중인 오프라인 매표소에서도 미리 표를 살 수 있다. 온라인 예매는 다음 달 3일 23시59분까지, 오프라인 매표소는 다음 달 4일까지 운영한다. 개막식과 폐막식, 불멸의 밤(심야 상영), 디지털 삼인삼색과 3D 상영은 각각 1만원, 일반 상영은 5000원이다. 야외 상영은 선착순 무료 입장. 영화제 기간 메인 무대 ‘잼 스테이지’와 상영관 근처 길거리에서 열리는 ‘지프이벤트’에선 풍성한 공연을 선보인다. ‘어반자카파’ ‘소란’ ‘칵스’ ‘소울다이브’ 등 물오른 밴드의 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자리다. 온라인 예매 및 영화제 정보는 www.jiff.or.kr. 문의 (063)288-5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