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마이크, 축복의 DJ

그가 불교와 인연을 맺은 건 40대 초반 무렵이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면서 그는 소위 '화병'을 앓기 시작했다고 했다. "걸음을 제대로 떼지도 못할 만큼 극심한 어지럼증과 불면증을 겪었어요. 이대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렸죠."

그때 동생이 "함께 절에 가보자"고 했다. 충남 공주 마곡사에서 당시 주지였던 진허 스님을 만났다. 김씨는 "스님께서 건강을 위해 108번 절할 것을 권했다. 석가의 가르침을 담은 주문인 다라니(陀羅尼)도 외웠다. 그렇게 1년을 보냈더니 거짓말처럼 몸이 나았다"고 했다.

김씨는 몸을 회복하면서 3~4년가량 쉬었던 연기도 다시 시작했다. 마음의 평화를 얻을 무렵 이번엔 뜻밖에도 남동생이 세상을 떠났다. "당시 전 코믹 연기를 하고 있었어요. 겉으론 씩씩했지만 속으론 아픔을 감당하지 못해 쩔쩔맸죠. 눈물조차 나지 않을 만큼 힘든 시기였습니다."

불교방송에서 DJ 제안을 받은 게 이 무렵이다. 김혜옥은 "스케줄이 무척 빡빡했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것만은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렇게 2005년 시작한 라디오 진행. 처음엔 지나치게 긴장해서 초대손님을 앉혀 놓고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고, 질문할 타이밍을 놓쳐 쩔쩔맬 때도 있었다. 김혜옥은 "그런 제 실수를 청취자들이 너그러이 봐주고, '인간적이어서 더 좋다'고 응원해줬다.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다 그분들 덕"이라고 했다. 기억에 남는 사연도 많다. "부산 해운대에 산다는 한 청취자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응원의 노래를 들려 달라'는 사연을 보내왔어요.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어요. 나머지 방송을 모두 접고, 그분만을 위해 노래를 틀어주고 시를 읽었죠."

김혜옥은 방송 7주년을 기념해 23일 오후 2시 불교방송 3층에서 특집 공개방송 '행복한 봄나들이'를 연다. 문의 (02)705-5250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 광고문의·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