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상품에 돈 넣고 눈치보는 투자자들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서 오르내리며 게걸음을 치자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가는 자금 규모가 작아지고 있다. 반대로 주식형 펀드로 유입되는 되는 금액에도 별 변화가 없다. 반면 단기금융상품인 MMF(머니마켓펀드)와 CMA(종합자산관리계좌) 잔고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돈을 짧은 기간에 굴릴 수 있는 금융상품에 자금을 넣어두고 투자기회를 노리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증시 주춤하니 펀드 환매도 멈칫

금융투자협회 통계를 보면 ETF(상장지수펀드)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가는 자금 규모가 이달 들어 확연히 줄었다. 약 2조7000억원이 순유출된 지난 1월에는 국내 주식형 펀드를 해지한 자금이 4조원에 달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19일까지 해지한 돈이 1조원 정도다.

반대로 새로 유입되는 금액에도 역시 큰 변화가 없다. 1월 한 달 국내 주식형 펀드로 입금된 자금은 1조2000억원, 4월 중 신규 설정된 국내 주식형 펀드는 1조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매달 적립식으로 일정액을 투자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들어오는 돈이 한꺼번에 줄거나 늘기는 어려운 구조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가 등락을 반복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이 확실하지 않고 다시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기에는 코스피지수가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갈 데 없는 자금 단기상품으로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주식형 펀드보다 단기상품이나 파생상품 등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19일까지 MMF로 유입된 자금은 17조6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3, 4월 들어 MMF로의 자금유입이 두드러진다. 3월에는 4조7000억원, 이달에는 8조원이 넘는 돈이 들어왔다. MMF는 1~3개월 동안 투자하는 초단기 금융상품으로, 보통은 자산운용사에서 만기가 1년 이내인 기업어음(CP)이나 양도성 예금증서(CD)에 투자해 연 3%대 금리로 돌려준다.

CMA 계좌 수도 매달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CMA는 투자자가 맡긴 돈을 어음이나 채권에 투자해 자금을 불려주는 계좌를 말하는데 입출금이 거의 자유롭다. 개인이 보유한 CMA 계좌 수는 지난해 말보다 20만개 넘게 늘었다. 작년에는 개인의 CMA 계좌 수가 2010년 말보다 10만개 감소했었다.

이들 상품의 공통점은 금리가 연 2.2~3.6%인 시중 은행의 3개월짜리 정기적금과 비슷한 수익을 거둘 수 있으면서 은행 적금과는 다르게 원하면 바로 자금을 꺼낼 수 있다는 점.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잠깐 돈을 맡겨두면서도 수입을 얻고 싶을 때 단기금융상품을 찾는다고 설명한다.

은행의 경우도 언제든 돈을 찾을 수 있는 요구불예금(보통예금·당좌예금 등)이나 만기가 1~6개월인 정기적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가장 최신 통계인 지난 1월 한 달 동안 요구불예금 잔액이 3조원 넘게 증가했다. 김원기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 팀장은 "투자자들이 만기가 3개월이나 1년으로 비교적 투자기간이 짧은 정기예금에 자금을 묵히면서 투자기회를 기다리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단기상품은 증시 내릴 때 대비용

다만 전문가들은 단기금융상품은 다음 투자계획을 세우기 전까지 자금을 굴리기에는 좋지만, 목돈을 오랫동안 묵혀둘 만한 투자처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양은희 한국투자증권 상품마케팅부 차장은 "CMA나 MMF 같은 상품은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붙고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지만, 다른 금융상품과 비교해 보면 장기간 투자해 얻는 수익률이 높지 않다"며 "목돈을 굴릴 때는 단기와 장기 투자계획을 세워두고, 단기금융상품은 코스피지수가 큰 폭으로 내렸을 때 주식이나 펀드 매수 자금으로 활용할 만큼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