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주가연계증권) 투자 몰리지만… 수익률은 낮아지는 추세

"요즘은 딱히 할 만한 게 없어요. 그나마 해볼 만한 게 주가연계증권(ELS)이다 보니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가입하는 분위기입니다."(이기상 미래에셋증권 차장)

자산시장에서 주가연계증권(ELS) 편식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ELS란 주가지수나 개별종목과 같은 기초자산 움직임에 따라 수익을 얻는 파생상품이다. 기초자산 가격이 떨어져도 미리 정해 놓은 구간에서만 움직이면 약속한 수익을 돌려준다. 큰손 고객에서부터 일반인들에 이르기까지 ELS에 앞다퉈 몰려가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ELS 판매액은 연간 11조원대였는데, 올해는 1~3월에만 판매액이 13조원을 훌쩍 넘겼다.

마땅한 투자 대안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금융회사들이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ELS는 3~6개월 안에 조기상환되면 다시 가입하는 방식이다 보니 금융회사들이 수수료를 자주 챙길 수 있다.

◇매주 300개씩 신상품 쏟아져

올 들어 증권사와 은행들은 매주 300~400개의 ELS 신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상품별로 기초자산과 만기, 예상수익률과 같은 구조는 제각각이다.

최근에는 개별 종목 수익률에 연동되는 '종목형 ELS'보다는 주가지수에 연동되는 '지수형 ELS', 그중에서도 홍콩, 미국, 러시아 같은 해외 주가지수에 연동되는 상품이 부쩍 많이 팔린다. 한국, 미국, 홍콩을 한꺼번에 묶은 삼국(三國) ELS까지 등장했다.

김지혜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서 움직이면서 변동성이 낮아지자, 변동성이 높은 해외지수와 결합하는 해외 지수형 ELS가 급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해외 지수형 ELS 규모는 전체 판매액의 50%가 넘는 3조3000억원에 달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홍콩지수형의 경우 홍콩 증시 거래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ELS 관련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지수가 급락하면서 투자금 회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회사들은 ELS 투자자에게 일정 수익을 보장해 주기 위해 선물(先物)을 매수해 헤지(위험회피)하는데, 이렇게 헤지하기 위해 운용하는 ELS 규모가 홍콩의 선물시장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투자금의 0.3~1.0% 수수료로 뗀다

최근 나오는 ELS 상품의 조건은 예전보다 투자자에게 불리해지고 있다. 원금 비보장 지수형 ELS의 경우 똑같은 구조인데도 4월에 나온 상품들의 예상 수익률은 7~8%가 고작이다. 지난달 11~12%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수익률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ELS는 주가 변동성이 높아야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데, 최근 주가지수가 2000을 중심으로 횡보하고 있는 데다, 가입하려는 수요가 많아 공급자인 금융회사가 '갑'이 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전체 ELS 판매액 중 25%가량을 차지하는 원금 보장형 ELS의 수익률도 점점 더 내려가 지금은 정기예금 이자보다 2%포인트 높은 연 6%대에 불과하다. 정대영 KB투자증권 압구정지점장은 "수익률이 지금처럼 낮아졌을 땐 ELS에 돈을 넣기보다는 당분간 현금으로 쥐고 있다가 수익률이 제자리로 돌아올 때 기회를 잡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ELS는 수수료가 펀드처럼 별도로 명시되지 않아 수수료가 없는 줄 알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정 지점장은 "ELS에 가입하면 수수료로 투자금의 0.3~1% 정도가 떼인다"면서 "똑같은 구조라도 회사마다 수수료 차이가 나니 수익률을 높이고 싶다면 가입 전에 여러 상품들을 비교해 보라"고 조언했다.

조정익 KDB대우증권 팀장은 "위험 대비 수익률로만 따진다면 ELS는 경쟁력이 있는 상품이지만, 정해진 만기가 있기 때문에 가입 기간 중 극단적인 이벤트가 터지면 원금을 까먹을 수 있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기 전 중도해지하면 투자금의 2~7%를 수수료(중도환매수수료)로 떼기 때문에 손절매도 자유롭지 않다.

최근 만기가 돌아온 일부 ELS는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로 주가가 급락하는 바람에 만기 수익률이 -30%대를 기록해, 투자자들을 울린 경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