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이 조선 왕실의 투구와 갑옷 등을 소장하고 있다고 공식 인정했다. 이에 따라 이 유물들이 일제강점기에 불법적으로 유출된 문화재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도미타 준(富田淳) 도쿄국립박물관 학예연구부 진열품 관리과장이 23일 일본 중의원 제2의원회관에서 한국 시민단체와 가진 간담회에서 "조선 왕실에서 사용하던 익선관(翼善冠)과 투구, 갑옷 세트를 보유하고 있다"고 인정했다고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혜문 스님)가 밝혔다. 익선관은 왕이나 왕세자가 평상복으로 정무를 볼 때 쓰던 관이다.
이 유물들은 일제강점기에 일본 사업가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가 수집한 '오구라 컬렉션' 1100여점 중 일부로 오구라의 아들이 1981년 도쿄국립박물관에 일괄 기증했다.
한국은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오구라가 불법적인 방법으로 문화재를 빼돌렸다며 오구라 컬렉션을 반환하라고 요청했지만, 일본은 개인 소장품이라는 이유로 거부한 바 있다.
혜문 스님은 "이 유물들이 일본 측에 기증 등 형식으로 넘어갔다는 기록이 없는 만큼 강탈되거나 불법적으로 일본에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도쿄국립박물관에 특별 관람을 요청하는 등 우선 실물 확인 작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 시민단체와 간담회를 가진 일본 국립문화재 기구 측은 도쿄·교토·나라·규슈 등 일본 내 4개 국립박물관에 한반도에서 유래한 문화재가 4422점 소장돼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