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 몸과 마음 건강하게 만들어 주지요"

서울은행 행장을 지내는 등 금융계에서 30년간 근무하다 은퇴 후 서예가로 활동 중인 신억현(71)씨가 오는 25일까지 서울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서예 전시회를 연다.

신씨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한국은행을 거쳐 서울은행 행장을 마지막으로 금융계를 떠났다. 임원이 되면서 퇴직 후를 생각하다가 한학자였던 부친을 따라 붓을 잡았다. 그렇게 시작한 서예가 올해로 18년이 된다.

2년 전 동아예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작년에 추천작가가 됐으며, 올해부터는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여러 지도 사범을 거쳐 현재는 복원되는 숭례문 상량문을 쓴 서예 대가 소헌 정도준 선생을 사사하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시작된 전시회엔 전서·예서·해서·행서·초서 등 다양한 서체로 쓴 한시 액자와 병풍을 비롯해 서각 목판 등 60점이 전시됐다. 서각(書刻)을 좋아해서 쓰고 새기는 등 전시회에 품을 많이 들였다.

"새벽에 일어나 먹을 갈면서 서예의 참맛을 알게 됐습니다. 정신이 맑아지고 집중력이 생길 뿐 아니라 옛 문헌을 되새기며 작품을 만들어가는 기쁨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신씨는 "일본에선 서예를 서도(書道)라 하는데, 도를 터득하기 위해선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