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주 장기투자도 성공 보장 못 해

◇현대차, 10년간 씽씽 달렸다

물론 장기투자의 보람이 있는 종목도 있다. 10년간 가장 크게 오른 종목은 현대자동차였다. 현대차는 4만8000원에서 25만7000원까지 치솟았다. 수익률은 무려 435%다. 주주총회 때마다 배당도 받았으니 수익은 더 많아진다. 현대차는 보통 주가의 0.8~1.0% 정도를 현금 배당한다.

한국증시 대표주 삼성전자도 선전했다. 삼성전자는 38만2000원에서 128만3000원으로 급등했다. 수익률은 236%. 하지만 삼성전자는 최근에서야 빛을 발한 경우다. 삼성전자는 오랜 기간 60만~80만원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특히 2006년부터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까지만 들고 있었더라면 20% 정도 손해를 봐야 했다.

이 밖에 포스코가 198% 올랐고, LG전자와 삼성전기가 54%, 37% 상승했다. 다만 LG전자와 삼성전기는 그동안의 물가상승률, 예금이자 등을 감안하면 만족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수출 중심으로 변한 경제 반영"

10년간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변화를 살펴보면 수출주가 비상하고 내수주가 위축됐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내수주는 좀처럼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수출주도 세계 경제위기라는 암초를 맞은 것은 마찬가지지만 빠르게 회복했다.

구희진 대신증권 기획본부장은 "2000년대 들어 민간 소비와 시설투자가 위축됐다"며 "내수시장 규모가 작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내수주가 부진했다"고 말했다. 또 "수출주의 경우 금융위기 전까진 선진국 소비가 크게 늘었었고 일본 등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유리해 고성장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 저출산 등으로 내수시장 위축이 예고돼 있기 때문. 더구나 정치권이 물가잡기 정책을 펴고 있어 통신, 유통 등 내수주는 올해도 힘든 시기를 보낼 전망이다.

10년 전인 2002년 4월 말. 당시 주식시장의 최대 이야깃거리는 하이닉스 매각 무산이었다. 하이닉스는 채권단이 미국 반도체회사 마이크론과 매각 협상에 실패했다는 소식에 한때 700원대까지 추락했다. 2003년 초 기록한 최저가는 195원. 지금은 2만~3만원대에서 움직이지만, 당시만 해도 '동전주 신세'였다. 그렇다면 2002년부터 하이닉스를 들고 있었다면 큰돈을 벌었을까? 그건 아니다. 하이닉스는 매각 실패 이후 감자, 출자전환 등 혹독한 시련을 거쳤다. 이를 감안하면 상승률은 0%에 가깝다.

과연 증권 전문가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얘기하는 장기투자의 효능은 있는 것일까? 하이닉스뿐만이 아니다. 2002년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10년간 장기투자했을 때 이익이 남는 종목은 5개밖에 없었다.

◇통신주 반토막…시장에서 사라진 종목도

2002년 4월 말 당시 시가총액 10위 자리를 놓고 다투던 회사는 조흥은행과 LG카드였다.

이 두 종목 모두가 남아있지 않다. 조흥은행과 LG카드 모두 신한은행에 합병되며 시장에서 사라졌다. LG카드는 2002년 4월 22일 증권거래소(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공모가가 5만8000원이었던 LG카드는 첫 거래가가 10만7000원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이후로는 카드 부실사태 영향으로 속수무책이었다. 2005년 감자를 앞뒀을 때는 3000원대로 추락했다. 2007년 신한금융지주 주식으로 바꾼 뒤 지금도 들고 있다면 손실률은 90%가 넘는다. 조흥은행도 마찬가지. 조흥은행은 2002년 말 7000원대였으나 2004년 신한은행과 합병할 당시 4000원대로 허물어졌다. 금융주는 대체로 비슷한 운명이었다. 국민은행은 5만8900원이었으나 10년뒤 KB금융지주는 4만원대를 가까스로 지키고 있다.

통신주도 마찬가지. 당시 대표 통신주로 고가주의 대명사였던 SK텔레콤은 25만1500원에서 13만6500원으로, KT는 5만8200원에서 2만9800원으로 반토막 났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두 종목 모두 고배당주이기 때문에 들고 있었다면 배당을 챙길 수 있었다는 것. 올해만 해도 8400원, 2000원이 배당됐다. 시가배당률은 5.5%, 5.3%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