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오르는 英 파운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가 다시 악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가 뛰고 있다. 유로화 대체 통화로서 영국 파운드화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3일(현지시각) 런던 외환시장에서 파운드 대비 유로화 환율이 전날보다 0.3% 오른 1.23유로를 기록했다. 이는 2010년 8월 이후 20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파운드 가치 상승)

파운드 대비 유로화 환율은 새해 들어 꾸준히 올라 23일 현재까지 3% 올랐다. 제임스 피어슨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외환거래부문 대표는 "기업들이 투자 다각화 차원에서 작년 말부터 유로를 팔고 파운드를 사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물가상승을 걱정해 다음 달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확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파운드화 강세에 일조하고 있다.

영란은행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 목적으로 시중에 돈을 풀기 위해 750억파운드 규모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시작해 5차례에 걸쳐 규모를 3250억파운드까지 늘렸다. 지난 19일 현재 목표치의 97%에 해당하는 3153억파운드어치의 채권을 사들였다. 추가 채권 매입규모 확대 조치가 뒤따르지 않으면서 시중에 파운드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 파운드 값이 뛴 것이다.

채권 매입 확대를 주장해 온 아담 포센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위원도 최근 3250억파운드 채권 매입 목표를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물가상승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이전보다 커졌다. 지난달 영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달보다 0.1%포인트 오른 3.5%로 28개월째 영란은행의 관리 목표치 상단인 3%를 웃돌았다.

하지만 올해 영국의 경제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에 파운드 강세가 지속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달 영국의 실업률은 16년 만의 최고 수준인 8.4%를 기록했다. 영국의 경제조사기관 언스트앤영ITEM클럽은 기업의 투자 부진으로 올해 영국 경제가 정부 예상(0.9%)의 절반 수준인 0.4%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