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 보조 전력에서 수출 산업으로 진화

지난 17일 오후 영국 스코틀랜드의 덤프리스 갤러웨이 해안. 뿌연 하늘에선 종일 비가 쏟아졌다. 배를 타고 남쪽을 향해 10㎞쯤 달렸다. 푸른 바다 위에 수십 개의 새하얀 풍력발전기가 눈에 들어왔다. 장관(壯觀)이었다.

이곳은 2010년 4월에 준공된 스코틀랜드의 첫 번째 해상풍력 발전단지 '로빈 리그(Robin Rigg)'. 거센 바람에 파도가 넘실거릴 때마다, 길이만 50m에 달하는 세 개의 날개가 '부웅 부웅' 소리를 내며 허공을 힘차게 회전했다. 10줄로 나란히 늘어선 60개의 발전기가 생산하는 전기의 양은 시간당 최대 180MW(메가와트). 전기로 바뀐 바닷바람은 해저에 깔린 케이블을 타고, 인근 11만7000가구로 곧장 흘러간다.

◇스코틀랜드의 야심 찬 재생에너지 사업

영국 스코틀랜드는 유럽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지역 중 하나다. 유럽연합(EU)은 2020년까지 총 전력 수요량의 2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미 전력 수요량의 35%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는 스코틀랜드는 2020년까지 전력 수요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내놨다. 영국 중앙정부의 목표치(15%)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인구가 520만명에 불과한 스코틀랜드가 이렇게 대담한 행보를 보이는 것은 거센 바람과 파력·조력이 모두 갖춰진 '천혜의 자원' 북해(North Sea)가 주위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자체 보고서를 통해, 자국이 전체 유럽해안 풍력발전의 25%, 조력발전의 25%, 파력발전의 10%를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전기 수출하는 신산업 집중 육성

스코틀랜드의 목표는 재생에너지의 자체 수급이 아니다. 대규모 건설사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전기 등 에너지 수출이다. 스코틀랜드는 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2020년까지 4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300억 파운드의 투자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스코틀랜드 국제개발청 장헌상 한국대표는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한 풍부한 전기를 영국 전역은 물론 북해 인근의 유럽 국가에 수출할 계획"이라며 "2020년 이후엔 재생에너지 수출이 스코틀랜드의 주요 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이를 위해 네덜란드·스웨덴·덴마크 등까지 연결되는 유럽 '수퍼그리드(Supergrid)' 송전선 구축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스코틀랜드가 특히 집중하는 분야는 해상풍력(Offshore Wind)이다. 육상풍력에 비해 용지 확보가 쉽고, 지속적이고 강한 바람을 얻을 수 있다. 다만 바다에 발전기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육상풍력보다 2배가량 더 드는 게 단점이다. 수심 10~40m에 발전기를 설치하는 기술과, 염분이나 파도를 거뜬히 견디며 최소한 20년 이상 작동하는 내구성까지 두루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중공업 업체들 유치 위해 동분서주

스코틀랜드는 조선(造船) 강국인 우리나라 중공업 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지난 1월 스코틀랜드와 해상풍력발전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스코틀랜드 메틸(Methil)시 해안지역에 7MW급 해상풍력발전기 시제품을 설치하고, 2014년부터 생산된 전력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방한한 스코틀랜드의 존 스위니(Swinney) 재무·고용·지속가능성장부 장관은 "재생에너지 분야에 관심 있는 한국 기업에는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해상풍력 첫걸음

우리 정부도 최근 풍력발전을 '제2의 조선산업'으로 키워 2020년까지 세계 3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전북 부안에서 전남 영광으로 이어지는 서남해 바다에 10조2000억원을 투자해, 2019년까지 2500M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단지가 완공될 경우 약 139만 가구(500여만명)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한국전력을 비롯해 두산중공업·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STX 등도 대거 참여한다.

지식경제부 박대규 신재생에너지과장은 "점차 크고 있는 세계 해상풍력 시장 선점을 위해 국내 업체들이 기술개발 및 운전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