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농구 최초의 女감독(KDB생명) 이옥자

여자 프로농구에서도 드디어 '금녀(禁女)'의 벽이 깨졌다.

KDB생명은 1970년대 국가대표 가드로 활약했던 이옥자(60) 태릉선수촌 지도위원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24일 밝혔다. 계약기간은 2년이다. 1998년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출범 이래 정식 여성 감독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2년 유영주(국민은행), 2011년 조혜진(우리은행)씨가 임시 사령탑을 맡은 적이 있지만, 감독대행 신분이었다. 여자 프로배구에선 2010년 조혜정 전 GS칼텍스 감독이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첫 여성 사령탑을 맡은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이옥자 감독과 조혜정 전 감독은 숭의여고 동기 동창으로 절친한 친구 사이다.

신임 이옥자 감독은 1965년 무학여중 1학년 때 처음 농구공을 잡았다. 숭의여고 시절 164㎝의 작은 키에도 탁월한 센스를 앞세워 여고부 톱클래스 가드로 이름을 날렸다. 1971년 고교 졸업 후 1978년까지 실업농구 상업은행에서 뛰었으며, 5년간 국가대표팀 가드로 활약했다. 1978년에는 현역 은퇴 후 일본으로 건너가 샹송화장품에서 2년간 플레잉코치로 뛰기도 했다.

이 감독은 1981년 창단한 실업농구 신용보증기금에서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신용보증기금 감독은 국가대표 센터로 유명했던 박신자(71)씨였다. 국내 여자농구계 첫 여성 코치진이었다. 이 감독은 신용보증기금에서 코치를 거쳐 감독으로 1989년까지 활동했으며, 이후 모교인 숭의여고 감독(1990~ 1999년), 용인대 여자 농구부 감독(1999~2001)을 역임했다.

2001년 이 감독은 일본여자농구리그(WJBL) 2부리그 팀 후지쓰의 요청으로 감독을 맡아 1년 만에 팀을 1부리그로 승격시켰다. 2004년에는 남편 정주현(77) 전 국가대표 감독이 총감독 겸 기술고문으로 있던 샹송화장품의 사령탑으로 옮겨 2년 연속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정 전 감독과 이 감독은 1970년대 국가대표팀에서 지도자와 선수로 인연을 맺은 농구인 부부다.

2006년 국내에 돌아와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은 이 감독은 2007년 아시아선수권 우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2008년부터는 태릉선수촌 지도위원으로 일해왔다.

사상 첫 여성 프로농구 감독으로 선임된 이 감독은 "굉장히 영광스럽고 또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언젠가 누군가는 이뤄야 할 일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4년간 태릉선수촌에서 지내면서도 여자 농구를 꾸준히 지켜보고 있었다"며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의사소통 능력을 바탕으로 선수들이 자기 실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