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테마株 희비… 수출 울고 관광 웃고

'울고, 웃고, 또 웃고, 찡그리고'.

중국 관련 테마주의 희비(喜悲)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화학·철강 등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 수출 테마주'는 연일 저조한 실적으로 투자자를 실망시키는 반면, 면세점·백화점·카지노 업종 등 '중국 관광객 테마주'는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중국 관련 테마로 엇비슷하게 묶여도 업종별로 주가 상승률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중이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중국 속사정을 잘 알아야 투자도 재미를 볼 수 있다. 중국 테마주를 4가지로 분류했다.

◇수출주는 '쇼크', 상장주는 '악동'

중국에 굴착기를 수출하는 두산인프라코어는 1분기 중국 굴착기 판매량이 4만239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4%나 줄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잇따라 내놓은 탓에 일감 자체가 줄었다. 3월까지 잘 버티던 주가는 최근 한 달 만에 20% 가까이 빠져 2만원대가 무너졌다. 화학·철강·기계 등 중국 수출주 상황은 대체로 좋지 않다. 중후장대(重厚張大)한 설비를 내세워 중국 시장을 공략했던 LG화학, 호남석유, 삼성정밀화학, 동국제강, 한화케미칼의 주가는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한 상황에서도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거나 4~20%씩 빠졌다.

'중국 수출주'가 중국의 낮은 성장률로 시름에 잠긴 동안 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은 골치 아픈 '악동'으로 떠올랐다. 중국고섬이 퇴출 사유 발생으로 1년 넘게 거래 정지됐고 지난 18일에는 중국원양자원유한공사도 최대 주주를 거짓으로 기재한 탓에 과징금 20억원을 맞았다. 다음 날 성융광전투자가 가격 제한폭까지 내려가는 등 중국엔진집단, 완리인터내셔널, 차이나하오란, 차이나킹 등 중국 상장 법인들이 동반 약세를 보이는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연출했다.

◇먹고 노는 업종은 모두 '하오하오(好好)'

산업 전반에 중국발 경보가 울렸지만, 소비재 업종의 분위기는 좋다. 중국 관련 테마주 중에서도 '중국 내수주'로 분류되는 오리온·휠라코리아·CJ제일제당 등은 연초 대비 10~20%가량 주가가 상승했다. 특히 과자로 중국 수퍼마켓을 장악한 오리온 중국 법인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340%나 증가했다. 목표주가 100만원도 나왔다. 한류에 힘입어 고급 이미지를 선점한 화장품 관련 주가 흐름도 좋다. LG생활건강은 사업 다각화와 중국 매출 증가로 사상 최대 이익을 내며 주가가 연초 대비 18.6% 올랐다.

가장 표정이 밝은 업종은 넘쳐나는 중국 관광객을 맞이하는 호텔·면세점·여행 등 중국 관광 관련주다. 올 초 4만원대였던 호텔신라 주가는 지난 23일 사상 최고가(5만1900원)를 신고했다. 중국인 관광객 덕분에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카지노 영업권을 가진 그랜드코리아레저(GKL)와 파라다이스의 주가도 연일 강세다.

◇'두 얼굴'의 중국 테마, 이유는?

중국 관련 테마주가 희비 쌍곡선을 그리는 것은 중국 경제의 '두 얼굴' 때문이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미국과 유럽의 수요 감소로 공급 과잉 조짐을 보이자,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경기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부동산 규제안도 수차례 내놓았다. 전종규 삼성증권 책임연구원은 "중국 수출주가 2분기 바닥을 다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적 예상치는 현실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1인당 소득 5000달러를 앞둔 중국인들은 왕성한 소비 욕구를 보이고 있다. 최근 중국 여행연구원 내부 보고서를 보면, 올해 중국 관광객은 해외여행에서 8000억달러(약 912조원)에 가까운 돈을 쓸 예정이다. 키움증권은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은 올해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 수가 300만명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정민 KDB대우증원 연구원은 "유럽 증시는 죽을 맛인데 유럽 명품 업체들의 주가 상승률은 30%에 달하는 것과도 같은 현상"이라면서 "중국 소비 성향이 갈수록 고급화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수혜 종목 추가 발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