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준 '시간의 침묵' 展

조성준(55)의 화면에서는 먹구름 낀 검은 하늘과 보송보송한 흰 구름이 덮인 푸른 하늘이 공존한다. 첨단 오디오 기기와 고대의 대리석상이 한자리에 놓이고, 거대한 스피커 뒤에서 고궁(古宮)의 지붕과 산자락이 설핏 고개를 내밀기도 한다. 화면의 분위기는 안개 낀 듯 몽롱하고 아스라한데, 이는 르네상스 시대의 명암법인 스푸마토(sfumato) 기법을 작가가 나름대로 발전시킨 것이다. 이 그림, '해와 달 Symmetry of Time and Space(시공의 대칭)'는 1997년부터 2012년까지 15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

조성준 개인전 '시간의 침묵 Time Speaks Gently'가 내달 6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갤러리에서 열린다. 커다란 소나무가 보이는 창가에 축구공만한 배가 놓여 있고, 르네상스 시대 여인 초상과 조선시대 산수화가 함께 놓인 초현실주의적인 풍경이 관객을 나른한 꿈의 세계로 인도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를 졸업하고 뉴욕 누퍼 유니온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작가는 쭉 뉴욕에서 활동하다 2008년 귀국해 인터뷰 등도 사양한 채 '조용히' 그림만 그리고 있다. (02)735-26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