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오줌싸개 이모'와 27세 미혼남 조카… 기댄다는 것은?

외할아버지 장례식에 갔더니 여섯 살 아이가 있었다. 노년을 홀로 보낸 줄 알았던 할아버지가 남긴 딸, 린(아시다 마나)이라고 했다. '오줌싸개 어린 이모'와 27세 미혼남 조카 다이키치(마쓰야마 겐이치)의 동거는 그렇게 시작됐다.

다음 달 10일 개봉하는 '버니드롭'은 이 상황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이 얼마나 웃긴가 하는 영화가 아니다. "인간은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철학을 시도하는 영화다. 26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만난 사부(45·본명 다나카 히로유키) 감독도 "영화에서 다이키치는 린을 키우며 그동안 잊고 지냈던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며 "관객도 주위를 한번 둘러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영화는 유치원 보내기, 오줌 싸는 버릇 고치기 등 다이키치가 린을 키우는 에피소드로 채워져 있다. 처음에는 다이키치가 린을 돌보는가 싶더니, 나중에는 다이키치가 린을 통해 위로를 받으며 성숙해진다. 스토리는 뻔하지만, '데스노트' '상실의 시대' 등에서 무게를 잡던 마쓰야마 켄이치가 힘을 뺀 모습은 신선하다. 6세 때 드라마 '마루모의 규칙'주인공을 맡아 일본 내 최연소 드라마 주연 기록을 세웠던 아시다 마나(현재 8세)는 '천재'라는 별명이 과하지 않다는 걸 증명해 보인다. 사부 감독은 "초반 일주일간 아시다는 대본 없이 연기하며 스스로 린을 만들어 냈다"며 "상대 배우의 연기를 돕기 위해 그냥 서 있는 상황에서도 감정을 살려가는 놀라운 배우"라고 했다.

영화는 하드보일드 코미디를 선보이며 '동경의 타란티노'라는 별명을 얻은 사부 감독의 전작과 확연히 다르다. 감각적인 액션 대신 따뜻하고 감성적인 화면으로 채워진다. 그는 "우니타 유미의 만화 '토끼 드롭스'가 원작인 만큼 이전에 내가 직접 각본을 썼던 것과 달라졌다"며 "감독의 입장에선 가끔씩 변화를 시도해야만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도 사부 감독의 전매특허인 '질주' 장면은 등장한다. 린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출근하는 다이키치의 뜀박질이다. 감독은 "마쓰야마가 아이를 안고도 정말 잘 뛰었다"고 했다.

이것이 포인트

대사 “용기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 쓰는 거야.” (유치원 재롱잔치 중 ‘사마귀 왕자’의 대사이지만, 다이키치의 심정을 대변한다.)

장면 촬영 당시 일곱 살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아시다 마나의 수십 가지 표정들.

이런 분들 보세요 감정과 설정이 넘치는 영화들에 지쳤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