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城같은 무대, 말타고 등장… 역시 '쇼킹 가가'

뛰어난 가창력, 넘치는 에너지, 관능적인 춤사위 등 파격적 퍼포먼스, 화려한 의상, 'fu**' 등의 비속어도 서슴지 않는 멘트, 홀로그램을 이용한 무대장치…. 세계적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27일 밤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지상 최고의 쇼'를 한국 관객들에게 펼쳐보였다. '본 디스 웨이 볼 투어'라는 이름으로 올해부터 내년 초까지 일본, 호주 등으로 이어지는 세계 투어의 첫 순서였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4만5000여명의 팬은 '팝의 여신'에 압도당했다.

예정보다 30분 가까이 늦게 막이 오르면서부터 충격은 시작됐다. 공연 열흘 전부터 주경기장을 완전히 봉인한 채 가가가 만든 무대는 탑과 망루 등을 갖춘, 중세의 성채(城砦)를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가가가 공연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대 디자인이라며 올렸던 스케치와 비슷한 모양이었다. 가가는 왕국의 병사 차림을 한 백댄서들이 호위하는 가운데 말을 타고 무대를 한 바퀴 돌며 '하이웨이 유니콘'을 부르는 것으로 한국 팬들과 첫 인사를 했다. 객석이 달궈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청중은 즉시 열띤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했다.

공연은 "레이디 가가가 우주의 위성으로부터 탈출했다"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했다. "레이디 가가 왕국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고 예고했던 것처럼, 우주로부터 탈출한 가가가 무대에 올라 공연을 선보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기상천외한 의상으로 유명한 가가는 이날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가가는 '가버먼트 후커'를 부르면서 '에일리언'같은 우주 괴물을 연상시키는 머리 장식이 달린 의상을 입고 무대에 등장했다. 세계적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이번 공연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했다는 그 옷이었다. 이어지는 '본 디스 웨이' 순서에서는 황금빛 드레스 차림으로 백댄서들과 함께 군무를 선보였다. '아메리카노'로 이어진 무대에서는 선홍색 고기를 연상시키는 붉은 옷을 입고 등장했다. 고깃덩어리가 주렁주렁 매달린 푸줏간을 연상시키는 소품도 등장했다. 이 무대에서 백댄서들이 고기를 가는 대형 분쇄기에 가가를 집어넣는 장면이 연출됐다.

논란을 부르곤 하는 파격적 퍼포먼스도 빼놓지 않았다. 성모 마리아를 예수를 배반한 유다를 사랑한 여인으로 묘사했다는 논란을 낳았던 '유다'에서는 백댄서들이 가가의 몸을 밧줄로 묶었다. 성채 앞쪽의 성벽 부분이 통째로 갈라지는 등 무대 연출도 화려했다. 오토바이 위에 놓인 키보드를 연주하는 무대에서는 오토바이 뒤쪽에 태극기를 꽂아놓기도 했다. 가가는 이 오토바이 위에서 여성 백댄서와 함께 동성애 장면을 연상시키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가가는 히트곡 '파파라치'를 부르며 기관총으로 3D 홀로그램 조형물을 부셔버리는 장면을 보여줬고, '일렉트릭 채플'을 부를 때는 무대 곳곳에 붉은 하트가 새겨진 붉은 십자가를 장식해 놓기도 했다.

가가는 "나 이전에 이만한 관중을 모아 이곳에서 공연했던 사람은 마이클 잭슨뿐이라고 들었다. 그 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열게 돼 정말 기쁘다. 이곳은 단순한 경기장이 아니라 우리의 방이자 우리가 새롭게 태어나는 자궁"이라고 했다. 가가는 "한국 정부가 내 공연을 18세이하 관람 불가로 결정했다고 들었다"면서 "여러분은 그래도 미치도록 신나게(fucking crazy) 놀아 달라"고 해 청중의 환호와 박수를 끌어냈다. 그는 이어 "나는 한국어를 할 줄 모르지만 여러분이 즐거워하는 것은 느낄 수 있다"며 여러 차례 "코리아!"를 외쳤고, 팬들 역시 "코리아!"를 합창하며 화답했다.

공연 시작 1시간 전에는 DJ가 무대에 올라 음악을 틀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가가 콘서트장의 특징 중 하나인 '몬스터 핏(Monster Pit)'의 열기가 특히 뜨거웠다. 몬스터(가가의 열성팬을 일컫는 별명)들을 위해 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스탠딩석에 특별히 마련된 이곳에는 스탠딩석 구매자 가운데 일찍 공연장에 도착해 기다린 팬들이 선착순으로 입장한다. 가장 열성적인 팬들인 만큼 이들은 공연이 시작될 때까지 계속해서 춤을 추며 가가의 등장을 기다렸다.